[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번 달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외 스마트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이용자 정보포털 와이즈유저를 통해 각국 1위 이동통신사의 출고가와 함께 제조사가 별도로 판매하는 자급제 폰의 가격 역시 비교하고 있습니다. 방통위가 이렇게 스마트폰 해외가격과 국내가격을 비교해 공시하는 이유는 제조사의 스마트폰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출고가 81만9500원인 LG전자의 G6는 스위스에서는 199 스위스프랑(한화 약 22만1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면 제조사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가 G6를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제조사인 LG전자는 G6의 출고가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통위 뿐 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다음 달을 목표로 중고폰의 가격 공시 사이트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출시된 지 1년 정도 지난 중고폰은 시장에서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갤럭시S9가 전작 갤럭시S8에 비해 차별화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부진하자 최대 수혜자는 갤럭시S8 중고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중고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고폰 가격을 공시할 경우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중고폰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고폰의 경우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이 커지면 출고가가 인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플리커)

과기정통부는 현재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이어 취약계층 요금감면을 통과시켰고, 보편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른바 '통신비 인하 3종 세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노력도 스마트폰 값이 인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내는 통신비에 스마트폰 값이 할부 금액으로 포함돼 청구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값을 통신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S9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가 100만원대에 육박합니다. 출고가가 100만원에 지원금이 2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실제 구매가는 80만원이 됩니다. 이를 24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약 3만3300원입니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월 통신비가 7만원이 훌쩍 넘어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선택약정요금할인을 지원금 대신 선택할 경우 한 달에 스마트폰 비용만 4만1000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용자들이 통신비를 비싸다고 생각하는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비싼 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내려야만 합니다.

규제 산업인 통신과 달리 제조업의 경우 과기정통부나 방통위가 간섭할 근거도 없고, 개입할 상황이 되질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정책을 통해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선호도가 워낙 높습니다.

단통법 시행 전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에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 가입 조건으로 120만원 이상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를 살포해 불법 보조금 전환을 통한 공짜폰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이용자 입장에서 고가 스마트폰이 익숙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과다 리베이트를 뿌린 일이 이용자들의 고가 스마트폰 선호로 연결되고, 이것이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고, 다시 스마트폰 가격 인하로 발전되는 연결 고리가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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