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2017년 국내 중고폰 거래량이 100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우리나라 중고폰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2016년만 해도 거래량이 700만대였지만 1년 만에 42%가 증가할 정도로 중고폰 거래 건수가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상향 평준화된 이유가 크지만, 선택약정할인 25% 상향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중고폰이 활성화될수록 스마트폰의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고, 자급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정부도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중고폰 업체들의 가격이 스마트 초이스를 통해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중고폰 시장에도 변수는 있습니다. 바로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클럽을 갤럭시S7 출시 때 운영하기도 했고,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 때도 구매고객이 갤럭시S7로 교환 시 갤럭시노트8로 교체해주는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한, 갤럭시S9의 경우 예약판매 결과가 부진하자 삼성전자가 5만원~10만원을 지원하는 특별 보상 프로그램을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통사의 경우도 2014년부터 각자 중고폰 업체를 선정해서 삼성전자나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중고폰 보상(선보상) 프로그램을 이전부터 운영해왔습니다.

삼성전자나 이통사들은 외국계 등 중고폰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행을 맡겨 중고폰을 회수합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중고폰을 회수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물량은 수출을 통해서 판매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의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수출 물량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출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국내에 중고폰 공급이 적어지게 되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중고폰 매입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중고폰 업체들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 자연스럽게 중고폰 소비자 가격 역시 인상됩니다. 중고폰 가격이 올라가면 저렴할 때 보다 중고폰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나 이통사가 소비자를 위해서 내놓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이 오히려 중고폰 시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처음에 왜 중고폰 대행 업체들은 중고폰을 해외에만 판매했을까요? 처음에는 중고폰 시장이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삼성전자 중고폰의 인기가 높습니다. 가격이 무엇보다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외 시장이 국내 시장보다 더 크기 때문에 자연히 중고폰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고폰 업계 관계자는 “굳이 국내에만 중고폰을 판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격이 좋은 시장(국가)에 중고폰을 판매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이 국내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갤럭시S8 등 가격 대비 성능 좋은 중고폰이 시장에서 활성화 될 경우 갤럭시S9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갤럭시S9가 전작 대비 차별화가 없다는 의견이 많자, 최근 갤럭시S8 중고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 잠식 효과)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고폰 대행 업체들이 국내에 물량을 팔지 않고, 해외에만 판매하는 이유가 삼성전자가 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중고폰 물량을 국내에 판매하지 말라는 조건을 거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을 경우 중고폰 판매는 대행 업체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우리(삼성전자)는 전혀 간섭을 하지 않을 뿐 더러,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국내의 중고폰 시장도 커졌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물량이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고폰이 활성화 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중고폰 시장이 커진 만큼,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회수된 물량이 국내에도 많이 유통됐으면 좋겠습니다. 중고폰 시장이 더 활성화되면 스마트폰 출고가의 현실화는 물론, 단말기 자급제 효과가 강화돼 이통통신 시장의 구조 개선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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