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기자는 스마트폰으로 지난 2014년 하반기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노트4를 현재까지 이용한다. 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3년이 넘었고, 스마트폰이 문제없이 작동하는 한 내년까지 쓸 생각이다. 통신과 모바일이 취재분야인 탓에 주위 사람들은 “왜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스마트폰을 아직까지 사용하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신 스마트폰 사용과 직업은 관계가 없다.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 공무원 몇몇도 갤럭시노트4를 아직까지 사용하는 것을 봤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통신비 때문이다. 우리가 매월 내는 통신요금에는 스마트폰 할부 금액이 포함돼 있다. 기자는 음성통화 무제한에 데이터 6.5GB가 제공되는 5만6100원의 요금제를 사용 중이다. 당연히 스마트폰 분할 금액은 없다. 장기가족할인 30%를 받고 선택약정할인 25%를 더하면 총 55%의 할인을 받는다. 실제로 내는 통신비는 5만6100원의 45%인 2만5245원이다.

만약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9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갤럭시S9(64GB)의 출고가는 95만7000원이다.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보다는 선택약정할인을 택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니 불법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상 95만7000원의 가격으로 사야 한다. 24개월 할부라면 (분할 이자 제외) 한 달에 3만9875원을 스마트폰 값으로 내야한다. 현재 통신비에서 약 4만원 가량의 금액을 매월, 24개월 동안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이미지
삼성전자 갤럭시S9 이미지

한 달 통신비 2만5245원 vs 6만5120원.

갤럭시노트4가 구형 폰이지만 문제 없이 동작한다면 스마트폰을 굳이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한 듯 하다. 30대 중반인 기자는 게임을 하지 않고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같은 SNS, 음성통화, 인터넷 검색, 문자 등 만 한다. 기자와 같은 사용자가 극소수일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와 소비에 있어 '스마트'하다.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도 이에 맞게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제조사들은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출고가를 전작보다 올린다. 비싼 출고가에 대한 거부감으로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더 늘어난다. 악순환이다. 혁신성이 제품에 반영된다면 비싼 가격에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겠지만, 갤럭시S9는 갤럭시S8에 비해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으며 판매가 부진하다. 애플 아이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신비(스마트폰 가격을 뺀)는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제조사가 만드는 스마트폰 출고가는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 현실적이지 않은 스마트폰 출고가를 계속 제시한다면, 기자와 같은 소비자들은 늘어날 것이다. 선택약정할인이 25%로 상향되면서 소비자들은 실구매가 보다 단말기 출고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 LG, 애플 등 제조사는 스마트폰 출고가를 내려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점점 늘어나는 스마트폰의 교체주기를 줄이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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