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시리 발표 다음날 잡스가 죽자 그들은 비전을 잃었다. 그들에겐 큰 그림이 없었다. 시리팀 리더는 회전문 인사로 이뤄졌으며 제품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비전이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품에 대한 거대한 야망이 축소됐다. 시리 인수 후 일어난 집안싸움은 시리 공동창업자들을 합류 2년 만에 떠나게 만들었다. 애플은 시리기술이 완전히 숙성하기도 전에 이 기술을 아이폰4S에 넣기 위해 서둘렀다. 이는 결함있는 빌드를 계속해서 패치해 나갈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전직 애플 시리팀 직원 12명이 14일(현지시각) 디인포메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시리 인수 이후 애플 내 시리개발 과정에서 일어났던 저간의 일들과 실수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보도는 ‘7년간 근질근질했다:애플과 시리의 결혼은 어떻게 틀어졌나(The Seven-Year Itch: How Apple’s Marriage to Siri Turned Sour)’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최근 시리의 경쟁력 상실에 대해 전했다. 결론적으로 시리의 부진에는 잡스 사후 시리에 대한 비전상실, 집안싸움, 개발자 외면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 시리는 현재 구글의 어시스턴트는 물론 아마존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MS) 코타나에도 반드시 앞선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있다.

인터뷰에 나선 애플 전 직원들은 시리에 대한 고객불만이 애플의 다양한 기존 제품라인까지 위협할 지경이 됨에 따라 이같이 털어놓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언급은 비밀유지계약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진행됐다.

애플 전직원들이 시리가 구글은 물론 아마존과 MS에도 뒤진 이유에는 잡스 사후 시리에 대한 비전상실, 집안싸움, 개발자 외면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잡스 사후 시리에 대한 비전잃고 대응도 그때그때 판단해서

보도에 따르면 당시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시리를 아이폰에 넣기 위한 비전에 신뢰를 갖고 있었다. 이어 애플 내부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상 비서를 적용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다. 한 그룹은 시리가 정보요청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반면 다른 그룹은 시리가 복잡한 업무수행을 해주길 원했다.

가상 비서 시리는 2011년 10월 4일 아이폰4S 발표행사 때 함께 등장했다. 하지만 발표 다음날 잡스가 사망하자 애플 개발팀은 시리와 관련해 그때그때 스스로 판단해서 직관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

애플의 전 직원은 인터뷰에서 “시리 발표 다음날 잡스가 죽자 그들은 비전을 잃었다. 그들에겐 큰그림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회전문 인사로 시리 개발팀장 선택

이들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 개발을 서둘렀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느껴지는 시리의 문제로 이어졌다.

초기 시리 기술을 아이폰4S에 넣기 위해 무리하게 기술을 개발해 이식했던 뒷 이야기도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기술이 완전히 숙성하기도 전에 이 기술을 아이폰4S에 넣기 위해 서둘렀다. 이는 결함있는 빌드를 계속해서 패치해 나갈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기술 개발진 내부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시리 개발팀 리더십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들에 따르면 시리팀 리더는 회전문 인사로 이뤄졌으며 제품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비전이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품에 대한 거대한 야망이 축소됐다.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혼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리 공개 및 잡스 타계 이후에도 잡스 방식으로 이뤄졌던 기술개발을 계속 지지하는 사내 챔피언십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시리팀 집안싸움에 개발자 떠나고 경쟁력 상실

시리 출시 직후에 중대한 결함(고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욱이 시리팀 내부에서 집안싸움이 일어나 제품이 나온 첫 2년 동안 시리 공동설립자들이 애플이 떠났다. 이들 팀원 중 일부는 시리의 라이벌업체인 비브랩(Viv Labs)을 설립했지만 이들이 애플 동료들을 방문해 개발협의를 계속해오고 있다는 것을 사실이 애플임원들에게 발각되면서 애플출입을 금지당하기도 했다.(삼성은 지난 2016년 2억1500만달러(약 2293억원)에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그나마도 시리는 아이폰이 널리 보급된 덕에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마존 알렉사 방식의 개발자 혁신을 활용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와 오는 2022년 스마트스피커 시장 전망. 아마존과 구글홈이 주도하는 형국을 보인다. 애플은 하반기에 16만원~ 21만원대 보급형 홈팟을 내놓고 이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루프벤처스)

원래 시리팀 개발자 가운데 상당수는 시리가 ‘AI용 앱스토어’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이런 방식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결국 지난 2016년 시리 키트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마존이 훨씬더 엄청난 개발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애플의 집안싸움과 혼란으로 인한 낙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7년 된 시리가 뒤늦은 구글·아마존·MS에 뒤졌다는 평가까지

애플은 지난 2010년 4월 8일 시리를 2억달러(약 213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팀 쿡 새 애플 CEO는 2011년 10월 아이폰4S 출시행사 때 점진적인 업데이트만을 한 화려하지 않은 아이폰4S 발표를 했지만 디지털비서 시리 발표로 이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팀 쿡은 디지털 비서 시리의 통해 알림, 예정된 달력행사 또는 레스토랑이나 날씨 정보를 생성한 음성 명령에 답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비평가들은 시리의 잠재력에 놀라면서 애플이 또다른 혁명적 제품을 개발했을 것으로 보았다. 고객들도 동의한 것처럼 보였다. 아이폰4S는 출시된 지 3일 만에 400만대를 판매하면서 최고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7년이 지나면서 시리는 애플의 보이지 않는 고민거리가 돼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애플의 최신 스마트스피커인 349달러(약 37만2000원)짜리 홈팟의 초기 판매 실적이 월가 분석가의 예상을 밑돌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기반 스마트스피커 기능은 경쟁사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구글 어시턴트 기반의 구글홈, 알렉사기반의 아마존 에코뷰, 코타나 기반의 MS 인보크에도 뒤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진=각사)
애플 홈팟의 구조 (사진=애플)

이미 시리가 AI 가상비서 경쟁에서 알렉사와 구글어시스턴트에 의해 입지를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애플 시리는 지역, 상업, 내비게이션, 정보 및 명령 등 다섯가지 영역의 질문에 대한 답변 정확성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리는 내비게이션, 정보, 명령 등 3개 영역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에도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폰아레나는 지난주 시리 공동창업자 노먼 위나르스키를 인용, “애플이 원래 고안된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콘시어지 앱을 빼놓고 모든 iOS 사용자를 위한 디지털 도우미로 바꿨다”는 비난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또한 시리가 고전하는 부분적 이유와 관련, 애플이 지난 2016년 써드파티 개발자들에게 iOS10와 함께 시리를 개방했지만 개발자들의 관심이 크게 식었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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