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애플이 스마트스피커 홈팟 사전주문 판매 첫날(1월 26일) 판매량(잠정 집계치)에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같은 기준으로 추계된 소노스원이나 구글 홈맥스 같은 경쟁제품들의 사전주문 판매량을 모두 넘어섰다. 하지만 스마트 스피커 판매 1위 자리는 아마존 에코닷 차지였다. 이는 올해 스마트스피커 판매순위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시장조사기관 NPD 블로그는 26일(현지시간) 애플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사전판매한 349달러(37만8000원)짜리 홈팟 스마트스피커 사전예약 판매량을 소개했다. 하지만 배경을 파고 들어가면 더 재미있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5만원짜리 에코닷 내세워 세계 시장 1위"

아마존 에코닷 1위의 비밀은 50달러(약 5만4000원)에 불과한 가격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애플 홈팟이 2위였다고 해서 그리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애플뮤직,홈키트 등의 기존 생태계를 연계해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엄청난 경쟁자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애플뮤직 고객 중심으로 시장확대 전략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2월 9일부터 오프라인 유통점서 판매하기 시작한 홈팟은 34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의 스마트스피커 홈팟의 사전 주문 첫날 판매 추계치는 에코닷(사진)을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마존)

 NPD 블로그는 아마존이 50달러(약 5만4000원)에 불과한 제품 가격을 앞세워 아마존 고객드에게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모델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심지어 30달러(약 3만3000원)에도 판매된다.

NPD는 아마존이 에코닷 모델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겨냥고객층은 애플이 겨냥하는 대당 349달러짜리 홈팟 고객층과 확연히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하지만 NPD 블로그는 아마존의 터치스크린을 부착한 229달러(약 24만8000원)짜리 ‘에코쇼’모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50달러짜리 에코닷뿐만 아니라 229달러짜리 에코쇼도 내놓고 있다. (사진=아마존)

애플의 전략은 홈팟을 내세운 기존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 잠식

현재 전세계 주요 스마트스피커 모델 가격은 ▲아마존의 에코닷 스피커 50달러(약 5만4000원),에코쇼 229달러(약 24만8000원) ▲애플 홈팟 349달러(37만8000원) ▲구글 홈미니 49달러(약 5만3000원), 구글 홈맥스 399달러(약 43만2000원) ▲MS의 인보크 229달러(약 24만8000원) ▲소노스원 소노스원 스피커 199달러(21만5000원) 등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스마트스피커를 내놓는다.

구글홈 맥스는 399달러에 팔리고 있다. (사진=구글)

애플의 전략은 하이엔드 스피커 홈팟을 내세워 기존 보세, 하만카돈 같은 업체 주도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음악을 애호하는 하이엔드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안에 새로운 에어팟 모델과 함께 비츠 이외 브랜드의 헤드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비서 기능은 하드웨어를 사용하는데 따른 보조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NPD는 블루투스 헤드폰과 무선 스피커가 올연말까지 2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에어팟을 지난해 말까지 판매량과 판매대수에서 가장 많이 팔린 헤드폰으로 집계되고 있을 정도다. 또 애플이 인수한 비츠브랜드와 에어팟의 결합은 애플의 헤드폰부문 매출을 44%까지 고속성장하도록 이끌었다.)

궈밍치 KGI증권 애플 전문분석가는 애플이 향후 에어팟의 편의성을 자랑하면서 음향품질을 더 향상시킨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PD는 올해 스마트스피커 판매순위 가늠자가 사전예약 판매 첫날 집계비교 결과 1위 아마존 에어팟에 이어 2위가 애플 홈팟이라고 밝혔지만 이달초 진 먼스터 루프벤처 분석가의 올해 스마트스피커 예상 전망치와는 차이가 있다.

이달초 진 먼스터 루프 벤처(Loup Ventures) 분석가는 애플이 올해 전세계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약 700만대를 팔아 12%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전세계 스마트스피커 시장 점유율 1위 아마존(52%), 2위 구글(32%), 3위 애플(12%), 기타 모델들(4%)의 순이 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NPD는 지난 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이어진 애플 홈팟 사전주문 판매고에 대한 정확한 집계치를 밝히지 않았다. 홈팟은 2월 9일부터 공식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홈팟에 거는 기대가 높은 이유는?

하지만 그럼에도 애플 홈팟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다.

애플은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요소인 시리, 애플뮤직, 홈킷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 하다.

홈팟은 무엇보다도 애플의 프리미엄 오디오 하드웨어 시장의 진입작으로 여겨진다.

애플은 홈팟의 스마트기능 외에 오디오 음향 충실도를 강조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홈팟은 다른 프리미엄 음성 비서 스피커인 소노스원, 구글홈맥스와 경쟁하는 한편 전통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보세(Bose),하만카돈,소니 같은 브랜드와도 경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MS의 스마트스피커 인보크는 229달러에 출시됐다. (사진=MS)

여기에 힘을 보태는 요인도 이미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애플이 이미 오디오분야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애플 에어팟은 매출과 판매대수 양면에서 가장 잘 팔린 헤드폰 제품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합산할 경우 비츠와 애플은 지난해 판매액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잘 팔린 헤드폰브랜드였다.

애플은 특히 오디오분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오디오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NPD의 기술의 미래(Future of Tech)보고서에 따르면 블루투스 헤드폰 및 무선 스피커의 판매량은 올해말까지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더많은 브랜드들이 음악서비스와 음성앱 마켓플레이스를 추가함에 따라 오디오 하드웨어 홈팟은 이 생태계 연계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필요충분한 수단이 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는 자신이 가진 대다수 단말기기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음악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장려되고 있기도 하다.

소노스원의 소노스원 스마트스피커는 229달러에 출시됐다. (사진=소노스원)
구글의 홈미니는 4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구글)

하드웨어의 독점 구성 요소, 즉 애플의 W1칩이나 픽셀2 및 픽셀2XL의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실시간 번역 기능은 독특한 이점을 제공한다. 이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유명 브랜드 제품을 더많이 사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iOS, 애플워치 및 애플기기를 비롯한 모든 콘텐츠제품 판매를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마치 애플이 이들을 홈팟에 통합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았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플이 오디오 카테고리에 뭔가를 추가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애플이 헤드폰시장에서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테스트된 적 없는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애플브랜드 홈팟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트너, 2020년 스마트스피커시장은 약 3조 규모

시장조사회사 가트너는 2016년 10월 내놓은 향후 4년 간 스마트스피커(VPA) 시장전망보고서를 통해 이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하면서 2020년까지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당 50달러짜리 아마존 에코닷 스마트스피커를 기준으로 산정할 때 4억2000만대에 이르는 공급 규모다. 가트너는 2020년까지 전세계 가구의 3.3%가 음성비서 스피커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가구는 하나 이상의 기기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르나 구에르츠 가트너 조사담당 이사는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 확산에 나서는 것은 이를 이용한 엄청난 수의 온라인 쇼핑 주문량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제품 공급사는 사용자가 좀더 좋아하는 제품을 제안해 주문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면서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한 사용자들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 경향은 증가하고 거래상 마찰은 줄어들며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은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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