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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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금융 위기 가능성이 우려를 넘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전문기관들이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연이어 경고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러시아 국채 디폴트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센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유럽 등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시행하면서 러시아가 디폴트 위험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3월 16일, 21일, 28일 연이어 외화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총금액은 7억3000만달러이다.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스위프트 제한 등으로 외화 수급에 어려움을 격고 있어 이를 지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가 3월에 외화 국채 이자를 지급한다고 해도 4월에 추가로 원금 20억달러, 이자 1억30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 루블화 국채 이자도 3월 6억9000만달러, 4월 11억2000만달러 지불해야 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러시아 정부가 3~4월 국채 이자를 상환하더라도 각종 제재로 인해 기술적 디폴트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만약 이번에 과거 1998년 같은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8년 러시아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했고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켰다. 모라토리움은 정부가 외부에서 빌린 돈에 대해 일방적으로 채무이행을 연기, 유예하는 행위다. 지금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디폴트는 원리금, 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태 즉 국가부도를 뜻한다.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3월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7일 JP모건은 전망에 따른 후속 조치로 오는 31일부터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글로벌 신흥시장 국채지수(GBI-EM), 신흥시장 회사채 지수(CEMBI) 등 자사가 운영하는 모든 채권지수에서 러시아 채권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3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러시아의 디폴트 위험이 높아졌다며 국가신용등급을 낮췄다. 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 강등했는데, CCC-는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지난달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우려됐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만 점령하고 그에 따른 국지전이 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했고 수도 키이우를 포위 공격했다. 이에 미국, 유럽 등은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러시아 은행들의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 등의 철군 요구를 듣지 않고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한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금융 위기가 중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한국 기업, 은행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수출 대금도 못 받을 수 있다. 러시아 현지와 국내의 금융거래가 중단되면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법인, 사무소, 사업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 관련 펀드 피해 그리고 전 세계적인 주가 폭락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여야 모두 대선 기간 정쟁에 몰두하면서 러시아발 금융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갖춰져 있기 않다는 점이다. 5월 새로운 정부가 정식 출범하기 전에는 현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대응을 하겠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과도기 상황에서 경제·금융당국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수위원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새로운 정부에서는 금융당국 개편 논의도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금융위기 대응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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