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모빌리티 업체들이 택시 서비스 혁신 일환으로 앱 미터기를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하면서 상용화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앱 미터기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범 운영되는 단계고 법적인 기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제 상용화까지는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가맹택시 카카오 T 블루 10대에 앱 미터기를 적용해 운영을 시작했다. 회사는 적용 차량을 확대해 향후 일반 택시서도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도 3분기 내로 서울 소재 가맹택시 500대에 앱 미터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앱 미터기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시간, 거리, 속도를 계산해 택시 요금을 산정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기계식 미터기는 바퀴 회전수를 세서 거리와 속도를 바탕으로 요금을 계산했고 요금제 변경 시 수동으로 기기를 조정해야 한다. 앱 미터기는 물리적인 기기 조정 과정 없이 요금제 변경이 가능해 요금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국내의 경우 택시 미터기와 관련해 요금 조작을 막는 차원에서 규제가 다소 강하게 적용돼 왔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서 택시 미터기는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식만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앱 미터기가 규제 샌드박스 밖을 나와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앱 미터기와 관련해서도 국토교통부는 최소한의 검정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를 준수해야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해 SK텔레콤, 카카오모빌리티, 티머니, 리라소프트 등이 앱 미터기와 관련해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를 받았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올 하반기에 시범 운영을 바탕으로 운영 대수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티머니가 지난해 11월부터 카드 결제기와 통합된 형태의 앱 미터기를 약 7000대에 설치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가맹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미터기에서 나온 금액을 택시 회사에 고지하는 등 미터기 관련 세부 데이터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기업들이 앱 미터기를 주목하는 것도 이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앱 미터기가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택시 기사 입장에선 앱 미터기를 조작하는 것이 기존 미터기와 다를 게 없을 수 있지만 앱 미터기를 통해 결제를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고 해당 회사 앱과 연동이 되는 점이 플랫폼 종속성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앱 미터기를 통해서는 운영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회사가 시간당 요금을 책정할 수도 있고 현장 수요에 따라 요금을 매길 수 있게 하는 등 기존에 플랫폼 사업자가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을 다루게 되는 것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 운영하는 단계기 때문에 앱 미터기가 실제 상용화가 될 때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행법상으로도 고급형 택시를 제외한 중형 택시에는 기계식 미터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돼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앱 미터기 도입 근거가 마련돼야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앱 미터기는 GPS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터널과 지하차도 등 GPS 수신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져 기술적으로도 풀어갈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가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며 검증을 해보기 위한 제도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GPS 기반인데다 온라인을 통한 해킹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며 “요금제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여객운수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 이슈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