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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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경쟁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공회의소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을 추진했었기 때문에 공정위가 법안 명칭만 바꿔 플랫폼 관련 법을 추진하는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 정부의 온플법과 플랫폼경쟁법은 다르다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입법예고됐던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을 규정하려는 목적이다. 반면  플랫폼경쟁법은 플랫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즉 독과점을 사전에 방지하는 법안이다. 

문 정부 시절 온플법의 목적을 다시 설명하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자율적 상생협력과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이 온라인 거래를 진행할 때 입점업체 등에게 이른바 ‘갑질’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다. 부당하게 대금 정산 시점을 미루거나 PB(유통 업체 자체 브랜드 상품)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하는 문제 등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 법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앞서 설명한 갑질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자율규제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과 ‘플랫폼 민간 지율기구’를 출범했고, 배달앱 분야와 오픈마켓 분야 등에서 ▲입점계약 관행 개선 ▲분쟁처리 절차 개선 ▲상생 및 부담완화 방안 마련 등의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정위가 새롭게 규제하고자 하는 것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즉 독과점이다. 이미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플랫폼이 새로운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는 반칙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카카오T(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택시를 우대하면서, 그 결과 경쟁사 등을 시장에서 사실상 몰아낸 적이 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위적 행위 남용 혐의를 적용해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제재를 가한 시점(사후 규제)은 2023년 2월이다.

카카오T 사건은 2019년부터 알고리즘 조작 행위가 이뤄졌다. 공정위가 제재를 가한 시점은 2023년 2월로 조사 시점에 비해 4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동안 경쟁업체들은 계속해서 카카오T측의 ‘콜 몰아주기’에 속수무책이었고, 제재가 내려진 시점에는 이미 카카오 경쟁  기업이 경영을 계속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사후 규제가 아닌 사전 규제를 통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고자 하는 것은 제재 조치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사전에 반칙 행위를 막겠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 열린 브리핑에서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현재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시장을) 규율할 수 있는데도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사전사업자를 지정하는 부분, 경쟁제한성 판단하는 부분 등”이라며 “당장 플랫폼법 법안 내용을 공개하기보다는 법안이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플랫폼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업계 및 이해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미국 상공회의소가 플랫폼법에 대해 무역 합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또한 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상공회의소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 명의 성명을 내고 “한국이 플랫폼법 통과를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플랫폼법은 소비자에게 명백하게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 기본이 되는 선량한 규제 관행을 무시한다. 외국 기업을 자의적으로 표적 삼아 각국 정부가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대에 공정위의 플랫폼경쟁법 법안 공개가 미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조 부위원장은 “충분히 외국 기업이나 미국 상공회의소 등과도 의견을 듣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동일한 수준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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