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국회 제출을 목표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준비 중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추진에 나선 플랫폼경쟁촉진법과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의 경우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자율 규제에 들어가고 기존 통신 산업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공정위의 플랫폼경쟁촉진법의 핵심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두 부처간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법 명칭의 경우 ‘디지털 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통신 서비스 및 기반에 관한 법률’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약칭으로 디지털서비스법 또는 디지털통신법 등 어떤 것을 택할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의 경우 현재까지 공개된 사항을 살펴보면 방향은 전기통신역무 같은 일본식 차용 표현은 우선적으로 전기통신서비스와 같이 고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의 기간통신역무는 네트워크서비스 또는 전송서비스, 부가통신역무는 정보서비스로 변경한다. 현재 법체계에서 빠져있는 IoT도 전기통신서비스(전기통신역무)에 포함되도록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정보서비스(부가통신역무) 정의도 보다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법안 핵심인 플랫폼의 경우 자율 규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입법규제로는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의 자발적인 자율규제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과 자율규제 촉진을 위한 정부의 지원시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논의됐었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자율적 규제 방안인 가이드라인 형태로 규정된 망 중립성을 법률로 규정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안정성 문제의 경우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의 안정성 확보 노력 의무를 명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기간통신사의 기술적 관리적 조치 의무를 구체화하고 이행실적 제출 요청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매년 서비스 안정성 관련 조치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의무 사업자 지정을 위한 통계 자료 요청 근거를 마련하고, 부가통신사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와 관련한 자료 제출 의무를 규정키로 했다. 또 국내 대리인의 업무 범위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자료제출 의무를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의 안은 기존 기간통신사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플랫폼 규제를 새롭게 추진하지만 플랫폼 산업은 네트워크 안정성 측면만 제외하고 자율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발맞춰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해 8월부터 ’플랫폼 민간 기구‘를 구성해 자율 규제 방안과 상생 계획을 준비해왔다. 네이버는 ‘이용자 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가칭)’를 출범시켰다. 카카오는 영세·중소상공인 등 대상으로 수수료 동결·인하 정책을 시행하고 선물하기 정산 주기도 단축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가맹 수수료를 2.8%까지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경쟁촉진법을 추진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에 변수가 등장했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안은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반칙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최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가 대통령의 법안 통과에 대한 지시가 있었던 만큼 당정은 총선 전까지 공정위의 플랫폼경쟁촉진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자율 규제를 추진해온 과기정통부와 플랫폼 사전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공정위 법안이 상충될 수 있어 두 부처의 논의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측은 그동안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대응해 왔으나,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공정위 조치는 너무 뒤늦게 이뤄져 공정한 시장 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과기정통부의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이유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발이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 사이 공정위가 나서 독과점 사전 규제라는 더 강력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공정위의 법안이 정부안인 셈인데, 과기정통부 및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부처와의 중복 규제 해소 등 협의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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