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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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시장 독점적 플랫폼 기업의 4가지 불공정 및 반칙 행위를 사전 규제로 제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의 정부안이 이르면 이번 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하는 9번째 민생토론회를 오는 8일 개최할 예정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참석해 플랫폼법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랫폼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4∼5개 정도로 최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기업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의 경우 지배적 사업자 지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두 회사가 각각의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해당 시장의 경쟁도가 높거나 다른 시장에 비교해볼 때 규모가 작다는 판단 때문이다. 

4일 정부 당국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법 정부안에 담길 세부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들과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4대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부처 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플랫폼법은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반칙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매출과 시장 점유율, 이용객 수 등 정량적 기준을 정하고, 이를 충족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성 평가'를 진행해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합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수치 정도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는 의사 결정 과정 및 공정위가 다른 부처의 의견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해야 하는지를 두고 조율이 거의 마무리 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관련 관계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부안의 상세 내용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하는 9번째 민생토론회를 오는 8일 개최할 예정인데, 공정위의 플랫폼법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플랫폼법 정부안이 공개된다고 해서 지배적 사업자로 바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후 시행령이나 고시 등 법령이 제정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법 시행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배적 사업자 지정 역시 시행령 등을 통해 법 시행 시점을 앞두고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행 이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4∼5개 정도로 정해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카카오에 글로벌 플랫폼인 구글, 애플 등을 추가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플랫폼법은 국내외 차별 없이 수범자 지정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규정할 예정”이라며 “법령상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국내-해외 사업자와 해외-해외 사업자 간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플랫폼법 안이 공개되도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플랫폼법에 대해 무역 합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상공회의소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 명의 성명을 내고 “한국이 플랫폼법 통과를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플랫폼법은 소비자에게 명백하게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 기본이 되는 선량한 규제 관행을 무시한다. 외국 기업을 자의적으로 표적 삼아 각국 정부가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 측은 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며 두 차례 미국 상공회의소 및 그 회원사들과 간담회를 실시했고, 오는 3월 7일에는 미국 상공회의소 초청으로 공정위원장 강연도 예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육 사무처장은 “플랫폼법은 한국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 등 다른 나라에서도 먼저 도입됐거나 도입될 예정으로 지금까지 통상이슈는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위는 통상 관련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긴밀히 협의해 미국 등과의 통상 마찰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플랫폼법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공정위가 글로벌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전례가 이미 다수 있어 향후 플랫폼법을 통한 실질적인 규제 역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경쟁 운영체제(OS)의 시장 진입을 막은 구글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해 2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과징금 취소 소송을 냈지만, 최근 법원은 공정위의 제재가 적법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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