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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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지원금에 상응하는 25% 요금할인(이하 선택약정할인)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단통법 폐지 후에도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체 법을 만들거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프레임을 갖기 위해 대체 법 입법 대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관)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시 지원금 공시가 사라지기 때문에 선택약정할인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근거를 전기통신사업법 안에 마련해야 한다. 선택약정할인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기 때문에 지원금 공시가 없어질 경우 이에 대한 명분이 없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휴대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단말 구입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단통법 폐지를 결정했다. 그동안 단통법으로 이동통신사의 적극적인 지원금(보조금) 경쟁이 사실상 사라져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 추진 계획에 따라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지원금 공시가 없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이용자 차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때문이라도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고가요금제에 비해 파격적인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단통법 폐지 시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무제한 요금제 등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VIP’ 고객이나 2030 세대 등 일명 ‘성지’에 대한 정보력을 가진 일부 이용자에게만 유리해질 수 있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통해 현저한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자체가 ‘차별을 통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지도 핵심 쟁점이다. 결국 단통법 폐지의 성공 열쇠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촘촘하게 잘 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일부가 아닌 상당한 분량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사실상 대체 법이기 때문에 조삼모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과거 대비 이통사가 경쟁할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통법 시행 전 이동통신 시장은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의 등장으로 이통사마다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LTE 서비스로 속도가 3G에 비해 차별적으로 빨라지면서 이미지, 영상 서비스가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휴대폰 교체 수요도 파격적으로 올라갔다. 게다가 LG유플러스가 3G 서비스 없이 LTE에 바로 뛰어들어 사운을 걸고 올인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SK텔레콤, KT 또한 가입자 방어와 가입자 뺏기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현재 5G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100%에 육박하고 있으며 통신 서비스 시장은 포화된 상태인지 오래다. 

선택약정할인을 택하지 않을 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보조금)에는 이통사 외에도 제조사 역시 금액을 일부 부담하는데, 예전과 달리 LG전자와 팬택이 시장에서 사라졌고 현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애플은 예전부터 지원금을 하나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삼성전자 혼자 지원금을 파격적으로 지급할 가능성이 낮다. 또한 예전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출고가)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실제 구매가(출고가-지원금)이 낮아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통법 폐지는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28㎓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28㎓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는 시장 진입 초기라 상당한 투자비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데, 기득권인 이통3사와 지원금 경쟁을 펼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단통법 폐지에 대한 질문에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있는 조항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이용자 사이에 과도하게 차별을 하지 못하게 돼 있는 상황인데 ‘과도한 차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을지에 대해선 방송통신위원회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공정한 경쟁 혹은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경우 방통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등 중요 사항을 설명·고지하는 행위도 법 제50조(금지사항)에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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