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카카오, 엔씨소프트, 라인게임즈 로고 [사진: 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카카오, 엔씨소프트, 라인게임즈 로고 [사진: 각 사]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플랫폼·게임 업계가 인적 쇄신의 칼을 빼 들었다. 먼저 최고경영자(CEO)부터 바꾸는 분위기다. 사법 리스크, 내부 비위, 실적 악화 등 산적한 위기에 경영 전반을 쇄신하겠다는 계획인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못된다. 

13일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 첫 여성 대표로 40대 여성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경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내정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10여 년간 벤처캐피탈(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 이에 현재 카카오에 부재한 투자 리더십을 메꿀 수 있다는 게 회사측 기대다. 차기 대표로 물망에 올랐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아울러 정 내정자는 커머스·광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카카오는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정 내정자는 공식 취임 전이지만 앞으로 내정자 신분으로서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 

이번 본사 대표 교체를 시작으로 카카오는 계열사와 주요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이 모두 내년 3∼4월 임기가 마무리된다. 

앞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11일 임직원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에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라며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1일 공동대표 후보자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했다. 엔씨소프트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내년 초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엔씨소프트의 공동대표 영입은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이후 줄곧 김택진 창업자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박 대표의 공동 대표 영입으로 엔씨소프트의 경영 쇄신 작업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캐시카우였던 '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 등 리니지 형제들의 매출 감소로 인해 지난 10월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조직개편 및 비용 구조 절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엔씨소프트가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M&A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앞서 2012년 개발사 엔트리브소프트를 1085억원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보고서 기준 2조3852억원에 달하는 풍부한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경영 쇄신과 외부적으로는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속적인 적자를 겪고 있는 라인게임즈는 최근 넥슨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넥슨 DNA' 심기에 나섰다.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김태환 전 넥슨코리아 부사장을 사업 담당 부사장에, 윤주현 전 넥슨코리아 플랫폼 디렉터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업한데 이어 넥슨코리아 신사업 본부장을 지낸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라인게임즈는 이에 따라 지난 3월에 취임한 박성민 대표, 골드만삭스 출신의 신권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새롭게 영입된 세 명의 넥슨 출신 임원까지 총 다섯 명의 경영진 체제로 진용을 갖췄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2018년 넥스트플로어와 합병 이후 흥행작의 부재가 장기화되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4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 2월 넥스트플로어 창업주인 김민규 대표가 물러나고 법률 전문가인 박성민 대표가 취임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박성민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영입된 넥슨 삼인방은 비게임 출신인 박성민 대표의 빈틈을 메꿔 게임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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