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엔씨소프트]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아닌 새로 도전하는 장르로 플레이어를 만나러 왔다. 변화하는 게임 시장에서 엔씨소프트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김택진 대표가 이번 '지스타2023' 기간에 한 발언으로 엔씨소프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과 브랜드 이미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P2W(페이투윈)의 대명사가 된 '리니지'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실적과 이미지 회복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231억원으로 30%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440억원으로 75.8%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하락의 주요 원인은 주력 라인업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이 꼽힌다. 주력 상품이 포진된 모바일 게임 매출은 2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직전 분기 대비 8% 각각 감소했다. 특히 '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 등 리니지 삼형제의 경우 모두 전 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하락하며 위기감을 불러왔다. 

윤예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MMORPG 이외 모멘텀이 필요한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은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고, 3분기 기준 1, 2위 모바일 MMORPG의 일매출은 13억원, 8억원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쓰론 앤 리버티(TL)'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쓰론 앤 리버티(TL)' [사진:엔씨소프트]

실적 vs 이미지...상장사의 딜레마

기존 실적을 이끌던 주력 타이틀의 실적 감소와 함께 더 큰 위기감은 현재 브랜드 이미지의 하락이다. 과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이른바 '3N'이 함께 욕을 먹던 시절도 있었으나 현재는 그 모든 비난이 엔씨소프트로 쏠린 모양새다. '믿고 거른다'는 '믿거' 이미지는 장기적으로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상장사로써는 당장 성장세를 보여주는 실적이 중요한 반면 미래를 내다볼 때는 이미지 회복도 필요하다. 그 두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흥행작이 당장 나오면 좋지만 그것이 아닐 땐 과감하게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 

한때 100만원까지 올랐던 주식은 리니지M 출시전 '초심'의 가격으로 돌아왔다. 주주들의 원성은 자자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선택은 이미지 회복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오는 12월 7일 출시를 앞둔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에 확정형 과금 상품을 도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리니지 시리즈들의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상품에서 탈피한 것이다. 

TL은 ▲코스튬(의상)과 성장 지원 아이템으로 구성된 '패스형 상품' ▲외형 꾸미기와 개성에 따라 변형 가능한 ‘커스터마이징’ 상품 ▲이용자 간 아이템을 사고파는 '거래소' ▲구매 시 확정적으로 획득하는 아미토이·야성 변신 상품 등 4종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BM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엔씨소프트의 BM 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엔씨소프트의 현재 신뢰도는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선택했으면 확실하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후 BM 추가에 대해서도 유저들이 지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지스타 2023에서도 탈 MMORPG의 신작들을 소개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지스타에서 엔씨소프트는 ▲슈팅게임 'LLL'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등을 선보이며 변화를 알렸다. 

김 대표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바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개발도 그런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그 부분을 새롭게 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M&A' 새로운 성장동력 될까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A도 적극 검토하는 모습이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M&A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앞서 2012년 개발사 엔트리브소프트를 1085억원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3분기 보고서 기준 2조3852억원에 달하는 풍부한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다. 또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도 M&A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다. 다만 M&A의 경우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인수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게임, 비게임 분야 모두 의미 있는 규모에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M&A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M&A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신작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주가나 실적을 부스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주력 분야는 게임이지만 비게임에서도 매력적인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CFO는 "M&A시 세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 주당순이익(EPS)에 기여하고 ▲ 성장 잠재력이 있고 ▲이용자층을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이 조건"이라며 "세가지 요건이 맞는 대상이 다행히도 있어서 논의 중인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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