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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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게임 업계가 신 선장동력으로 추진해온 ‘블록체인’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써내려갔던 P2E 신화를 벤치마킹하다 되려 역풍을 맞은 것. 엎친데덮친격으로 불안한 글로벌 정세로 인해 크립토 윈터가 도래하고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위믹스 상폐’ 등으로 국내 열기도 가라앉으면서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지, 노선을 변경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처럼 신 사업의 대표 축이던 블록체인이 진퇴양난에 빠지면서 게임사들은 다시 ‘게임’ 본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된 신작들을 출시하기 위해 막판 다지기에 한창이다. 내년엔 PC, 모바일, 콘솔 등 플랫폼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글로벌 이용자들까지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플레이 투 언(P2E) [사진: 픽사베이]
플레이 투 언(P2E) [사진: 픽사베이]

너도나도 ‘P2E’ 진출 게임사들...크립토 윈터에 주춤

지난해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으로 선보인 ‘미르4’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컴투스그룹,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조이시티 등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 P2E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선두주자 위메이드는 클레이튼 기반이던 ‘위믹스’를 자체 메인넷으로 선보이고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등 가장 공격적인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어 컴투스그룹(XPLA, 구 C2X), 넷마블(MBX와 펜시), 카카오게임즈(보라), 네오위즈(인텔라X) 등도 각자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메인넷을 선정하고 자사의 대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P2E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자체 코인 발행 등 각자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형성한 게임사들은 P2E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자체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 코빗, 빗썸, 코인원) 모두 상장된 위믹스는 해외 거래소 상장에 눈을 돌렸고 컴투스, 넷마블 등도 자체 코인을 상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자체 코인을 상장한 게임사들은 이후 타사의 게임을 자사의 플랫폼에 유통시키기 위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에 약 100개의 게임을 온보딩(탑재)시키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국내에서는 P2E 서비스가 불가한만큼 글로벌 P2E 시장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격적으로 P2E 시장 영역을 공략하던 게임사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하락세를 걷는 크립토 윕터를 맞이하면서 주춤하기 시작한다. 블록체인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커져가는데 이로인한 수확을 거두지 못하며 다수의 게임사들이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라·루나 몰락, FTX 거래소 파산 등의 큰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P2E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위믹스(wemix) [사진: 셔터스톡]
위믹스(wemix) [사진: 셔터스톡]

위믹스 상폐로 P2E 전환점...블록체인 사업 고심 깊어져

이같은 난항 속에서도 진행되던 블록체인 사업은 위믹스 상폐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위메이드 P2E 사업의 중심축이던 위믹스가 ‘유동화 및 유통량’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국내 4대 거래소로부터 퇴출된 것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살리기 위해 항소를 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초기 위메이드의 성공을 바라보고 P2E 게임 사업을 진출하던 게임 업계는 선장을 잃게 되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선긋기에 나섰다. 유통량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는 등의 투명성 강화와 신회성 확보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 또한 P2E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기적으로 국내 신뢰도 측면에서는 하락했지만 글로벌로 사업을 전개해온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크립토윈터가 장기화되고 P2E 사업을 개척하던 선장이 사라지면서 블록체인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위믹스의 전철을 밟지않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중앙화된 시스템 성격이 강한 게임사들이 탈중앙화로 변경되는 체질개선을 겪기까지 역경의 과정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작 출시 지연 및 인건비 상승 여파...저조한 성적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받았던 게임 업계는 올해 계속 저조한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신작 개발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넥슨과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은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출시하려고 했던 신작 일정이 지연되거나, 올해 출시한 신작들이 예상밖으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탓이다.

또한 인건비 상승 여파를 직격으로 맞았다. 게임 업계는 지난해 인재 경쟁으로 개발자 인건비를 대폭 상승한 바 있다. 올해 다수의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낮은 영업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에 게임사들은 비경쟁력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조한 인기의 게임을 종료하고 게임인력을 재배치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 본업 ‘게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p의 거짓 이미지 [사진:네오위즈]
p의 거짓 이미지 [사진:네오위즈]

내년 PC·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신작 릴레이 출시

게임사들이 게임 개발에 집중하면서 내년에 선보일 신작들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콘솔 게임에 도전장을 낸 게임사들의 성과에 눈길이 쏠린다.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은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의 신작 출시를 알렸다.

먼저 넥슨은 내년 1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선보인다. PC, 모바일, 콘솔간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게 특징이다. 18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카트라이더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에 콘솔 신작 ‘TL’을 선보일 계획이다. 약 10년이 넘게 공을 들인 작품으로 리니지가 아닌 새로운 IP로 개발을 수정했다. 27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TL의 개발 방향성과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네오위즈 또한 콘솔 신작 ‘P의 거짓’을 출시한다. P의 거짓은 지난 8월 독일 게임스컴에 출품돼 3관왕을 받으며 글로벌 이용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다.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낯선 소울라이크 장르로 출시될 예정이다. 글로벌 이용자들을 사로잡는 국내 첫 콘솔작품이 될지 기대가 높다. 

넷마블은 나혼자만레벨업, 아스달연대기 등을 선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에버소울, 가디스오더, 아레스 등의 신작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문브레이커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다양한 PC와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엔 신작들로 풍성한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마무스메 마차시위
우마무스메 마차시위

게임 이용자 소통 강화...'게임법 개정안'은 내년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올해는 트럭시위에 이어 마차시위까지 등장하며 사회적인 관심을 모았다.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찾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진 것. 나아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은 집단 환불 소송도 제기하며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이에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임을 담당하는 디렉터가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게임 이용자 전담 고객센터를 마련하는 등 ‘소통’을 강화한 행보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트럭시위를 촉발한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요구했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올해도 불발됐다.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 5건을 포함해 게임법 개정안 11건을 심사했지만 결국 계류됐다. 

문체위는 다음 법안소위를 통해 최우선으로 게임법 개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논의가 수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에 법안소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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