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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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국내 진단키트 업계 실적에 제동이 걸렸다. 2분기 코로나 확진자 감소 추세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다만 7월 이후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3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진단키트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염두에 두고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 진단키트 시장이 다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은 풍부해진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신규사업 진출, 생산설비 증축, 인수합병(M&A) 등에 나섰다.

업계 수익성 악화...PCR 검사 수요 감소 등 영향

국내 진단키트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950억원, 영업이익은 3481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3% 감소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실적은 코로나 확산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찍은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3884억원, 영업이익 6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6.9% 성장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국내외 코로나 상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 곡선을 그렸다. 

씨젠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7.7% 줄어든 1284억원, 영업이익은 91% 감소한 130억원을 기록했다. 

씨젠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씨젠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감소, 유통망 재고소진에 따른 발주감소 등으로 인해 스크리닝 시약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반면 논 코비드(Non-Covid) 시약 매출은 3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녹십자 진단시약 부문 자회사인 녹십자엠에스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억500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2억5600만원으로 57.9% 감소했다.

제놀루션은 영업이익이 2억원으로 98% 줄었고, 바이오니아는 영업이익이 4300만원으로 100% 감소했다. 지노믹트리는 영업손실 31억원을 기록,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4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17일 기준 반기보고서 혹은 2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진단키트 업체 가운데 수젠텍이 유일하게 이익 성장을 보였다.

수젠텍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0% 증가한 2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억원 적자였으나 9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와 신속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다수 체결했으며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제2 성장동력 확보 박차

코로나19 대유행을 기회로 현금을 비축한 진단키트 업체들이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달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Meridian Bioscience)를 약 2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인수 규모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SJL파트너스와 함께 메리디안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메리디안은 1976년에 설립된 체외진단 기업이다. 주 사업군은 크게 두 사업부로 나뉜다. 진단(DX, Diagnostics) 사업부에서는 면역진단, 분자진단, 호흡진단, 혈액진단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생명과학(LS) 사업부에서는 제약·바이오 제품 및 진단 시약의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본사 전경 [사진: 에스디바이오센서]
에스디바이오센서 본사 전경 [사진: 에스디바이오센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글로벌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메리디안 인수로 세계 최대 진단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유통망 확장의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메리디안의 북미 유통망을 활용,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메리디안 북미 영업망과 FDA 인허가 능력, SJL 파트너스의 노하우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현장 진단 세계 3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씨젠은 최근 가장 큰 분자진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현지 법인장 등을 영입했으며, 내년부터 주요 제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유럽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 코로나, A·B형 독감, 일반감기 등 4종의 호흡기바이러스 진단검사 키트를 완전자동화 검사 장비인 ‘AIOS’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럽 허가를 완료했다. AIOS는 핵산 추출부터 유전자 증폭, 결과 분석까지 PCR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한 장비다.

씨젠도 수천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계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림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M&A 총괄이던 박성우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M&A설에 힘이 실렸지만 지금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노정석 전무를 영입하면서 M&A와 벤처 투자를 전담하는 투자기획실을 신설한 게 전부다.

씨젠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M&A나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신약 개발 사업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신약사업본부를 출범하며 신악연구를 총괄할 이태규 이사(연구소장)을 영입했다.

이태규 이사는 LG화학 책임연구원을 거쳐 크리스탈지노믹스 연구이사를 역임하고 콜마파마와 뉴젝스 연구소장을 지낸 인물이다.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였던 김태억 랩지노믹스 부사장도 신약사업본부로 옮기면서 신약개발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랩지노믹스는 리보핵산(RNA) 항암신약 개발회사 네오나와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네오나 항암 신약 연구에 자사 유전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과 연구 네트워크를 지원할 방침이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약 뿐아니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성장성 있는 사업 위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엑세스바이오도 현재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등 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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