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입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모습. [사진: BBC 홈페이지 캡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입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모습. [사진: BBC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희소 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pox) 글로벌 확산세가 심상찮다. 최근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 신경이 곤두 선 가운데 국내 백신·치료제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린다.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증상은 발열, 두통, 림프절병증, 요통, 근육통, 근무력증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얼굴 중심으로 발진을 보이며, 증상은 약 2~4주간 지속된다. 치명률은 일반적으로 약 1~10%로 알려졌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사람, 사람-사람, 감염된 환경-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쥐와 같은 설치류가 주 감염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다.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로 문의해 안내받을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처음 감염 사례가 보고된 뒤 약 7주 만에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40개국에서 3336명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지정을 보류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여러 국가로 확산함에 따라 지난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논의한 끝에 현시점에서는 PHEIC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로, 현재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적용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현시점에서 이 사건은 WHO가 발령하는 최고 수준 경보인 PHEIC에 해당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긴급위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 자체가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다”며 "원숭이두창은 명백히 진화 중인 보건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내국인으로 22일 오후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확인됨에 따라 위기상황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확산에 따른 백신 및 치료제, 방역물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은 기존 사람두창(천연두) 백신으로 85% 정도의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두창 백신은 1~4세대로 구분되는데, 뒤로 갈수록 안전성이 높고 효과가 좋으며 접종 방법도 편리하다. 국내에는 1, 2세대 백신 3500만명분이 비축된 상태지만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덴마크 생명공학기업이 개발한 3세대 백신 ‘진네오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3세대 백신 도입은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어 당장은 2세대 백신을 활용할 방침이다. 

원숭이두창 국내 의심 환자 1명이 방역 당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설치된 TV에 질병관리청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원숭이두창 국내 의심 환자 1명이 방역 당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설치된 TV에 질병관리청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증권시장에서는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원숭이두창 관련주로 언급되지만 현재 HK이노엔만이 백신 개발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

HK이노엔은 2009년 식약처로부터 2세대 두창 백신을 허가받은 바 있다.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고 면역 저하자도 맞을 수 있는 3세대 두창 백신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비임상 단계다. 빠른 개발을 위해 이미 허가받은 2세대 백신 적응증을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2세대 두창 백신 개발 목적은 정부 테러 대책용이었다”며 “최근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면서 적응증을 확장하는 것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관련해서는 실무 단계에서 식약처, 질병청과 주기적으로 미팅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전용으로 개발된 치료제는 없다. 다만, 2018년 사람두창 치료용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됐던 ‘테코비리마트’가 원숭이두창에도 효과를 보여 유럽의약품청(EMA)이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7월 중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도입하기 위해 세부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바이오는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용도를 변경해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대바이오는 지난달 코로나 치료제 ‘CP-COV03’ 임상 2상에 진입, 현재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2상을 마치는 대로 코로나 외에 원숭이두창을 비롯한 20여종의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용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약물을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진단 부분에서는 미코바이오메드와 씨젠이 원숭이두창 진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연구용(RUO) 제품을 이탈리아·필리핀·아립에미리트(UAE)·터키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원숭이두창을 포함한 35가지 병원체 진단 기기를 개발한 상태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질병청 요청이 있을 경우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씨젠은 최근 원숭이두창 진단시약 ‘NovaplexTM MPXV Assay’(노바플렉스)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은 1시간 30분만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여부를 판별 가능하다. 씨젠은 이 제품을 유럽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일동제약, 녹십자엠에스, 차백신연구소, 파미셀 등이 원숭이두창 관련 기업으로 언급되지만 직접적인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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