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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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세계 각국이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 확보를 명분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들에 대해 데이터를 자국 내에 두도록 요구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 입장에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볼 수 있지만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디지털 주권 정책을 내놓으면서 클라우드가 갖는 장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MIT테크놀로지리뷰에도 이와 관련한 전문가 공동 기고가 실렸다. 필자들은 마이클 로딩 지오퓨처 설립 파트너, 샘 삭스 뉴아메리카 정책 펠로우다. 로딩은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사장을 거쳤고 삭스는 현재 예일대 로스쿨 폴차이 차이나센터 수석 펠로우로 있다.

두 사람은 글에서 각국 정부들이 저마다 추진하는 디지털 주권 정책은 클라우드 발칸화(balkanization of the cloud)로 이어지고 있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렇다고 아예 '규제 프리'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클라우드 장점을 살리면서도 발칸화를 막을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고민해 보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각각의 정부 규제, 클라우드 장점 약화시킬 수도"

필자들에 따르면 클라우드는 비용은 줄였고 운영 속도는 끌어올렸다. 하지만 디지털 주권 트렌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공하는 혜택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각국 정부는 디지털 주권 강화 정책을 통해 자국이 의존하는 컴퓨팅 환경에 대해 보다 많은 통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인프라와 특정 종류 데이터를 자국 사법 관할 아래 두도록 하는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정부가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와 코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운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와 관련해 불공평하게 적용됐을 때, 클라우드 컴퓨팅 모델에 깔린 근간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에 따르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국가들에 걸쳐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에 기반하며 클라우드 사용자나 공급 업체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나 데이터 세트도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들은 필요에 가장 잘 부합하는 공급 업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각국이 디지털 주권 원칙을 강조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국가들 이익에 구속되고 소비자들은 상당한 비용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자들은 "파워는 더욱 몇몇 대형 플레이어들 손에 집중될 것이다. 국경에 따른 파편화는 누군가가 상호 운용성을 갖춘 기술에 의존하는 글로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은 이론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환경에서 어떤 회사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디지털 주권은 많은 국가들에서 기업들이 클라우드라는 강력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들은 클라우드와 관련한 디지털 주권은 유럽,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한다.

유럽에선 미국과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 유러피언 클라우드(European cloud)인 가이아-X(GAIA-X)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가이아-X 프로젝트는 유럽 회사들이 현지 기업들이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거버넌스에 초점이 맟춰진 GDPR 같은 조치들도 이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필자들은 "GDPR은 그렇지 않았으면 경쟁력이 없었을 현지 기업들에게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편화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타이트한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클라우드 인프라는 중국 현지 업체들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중국 사이버 보안 법은 특정 데이터는 현지 서버에 두거나 밖으로 나가기 전 보안 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초안 단계인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문제되는 데이터가 중국 시민들에 대한 것이면 전세계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것은 외국 기업이나 기관들이 중국에서 개인 데이터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필자들 지적이다.

미국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클린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는 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이 미국 시민들과 기업들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출범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취해진 조치들 중 많은 것들을 되돌릴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인터넷 업체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오라클에 팔도록 강요하거나 틱톡 미국 운영을 현지 파트너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아젠다가 될 수 있다.

필자들은 이것은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며 비판적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식 클라우드 규제를 모방하거나 정당화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해외 업체들이 자국에 진출할 때 중국 회사들과 합작사를 세우도록 하는 것은 물론 중국 회사가 주요 지분을 갖도록 하고 있다.

틱톡과 오라클 간 거래와 유사한 것들이 일반화되면 보다 많은 정부들이 자국 시장에 접근하는 조건으로 기술 업체들에게 지분을 현지 업체들에 팔라고 요구하거나 현지에서 운영하도록 요구하는 무대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독자 규제 넘어 다자간 협력 모델로 전환해야 

데이터 주권을 옹호하는 이들은 일정 수준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둬도 글로벌 인터넷은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익을 내고 혁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기업이 계속 번영한다는 사실이 규제를 부과하기 위한 설득력이 있는 논거는 될 수 없다는 게 필자들의 주장이다. 필자들은 "디지털 주권을 향한 트렌드는 혁신을 약화시키고 고객들에게는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디지털 무기 레이스를 촉발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새로운 국가들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지만 이들은 예외다. 이들 회사 플랫폼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작은 회사들은 그들 제품을 모든 데이터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인 또는 기술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 가이아-X 프로젝트는 단지 현재 대기업들 입지만 강화할 수 있고 현지 규제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중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도 중국 고객들과 해외 기업 모두에게 마이너스일 뿐더러 글로벌 클라우드가 주는 이점과는 거리가 있다는게 필자들 지적이다.

필자들은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다양한 국가들이 클라우드에 대한 핵심 원칙과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데이터에 정부가 접근하는 규범에 대해 합의하면서 공통 표준에서 협력하는 것이다.

필자들은 OECD가 기존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 기반으로 이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OECD 글로벌 파트너십 AI도 관련 기술 영역에서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정책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이니셔티브 사례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접근은 데이터 흐름을 막지 않고도 협력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게 저자들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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