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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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회사인 세일즈포스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협업 서비스인 슬랙을 277억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특히 협업 서비스 분야에서 연쇄적인 인수합병(M&A)이 확산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어 주목된다.

세일즈포스는 슬랙 인수로 협업 플랫폼 분야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대일로 붙게 됐다. 주력 고객층인 영업과 마케팅을 넘어 기업내 다른 업무와 분석 영역으로의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협업 서비스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는 '큰손'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팀즈를 통합해 제공하는 번들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세일즈포스 품으로 안기는 슬랙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하는 번들 공세에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몸집이 크고 CRM과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막강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인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대일로 붙기에는 빈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슬랙은 특히 화상회의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에 화상회의를 핵심 기능으로 투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세일즈포스가 협업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제대로 한판 붙으려면 추가적인 인수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협업 서비스 시장은 M&A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는 상황이다.

세일즈포스가 슬랙 인수를 발표하기 앞서 어도비는 디지털 마케팅 소프트웨어에 협업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이 분야 전문 업체 워크프론트를 15억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크프론트는 3000여개 기업 고객과 100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어도비의 워크프론트 인수는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인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마케터들에게 최적화된 협업 환경을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클라우드 기반 협업 서비스 시장에서 앞으로 보다 많은 M&A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업 워크로드 중 35% 가량이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격 근무와 코로나19 상황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이 수치는 2022년 5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댄 아이베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연구노트에서 "전체적으로 클라우드 생태계가 M&A를 포함해 앞으로 몇년 간 지출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리시 잘루시아 DA 데이비드슨 애널리스트는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인수하고 어도비가 워크프론트를 가져가는 것은 기업들이 협업을 제품 스택에 추가하려고 하는 시그널로 보고 보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같은 대형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협업 소프트웨어에 나설 것"이라며 "협업 분야는 많은 작은 회사들이 몰려 있다"고 말했다.

협업 서비스 회사들 중 대형 회사로 넘어갈 후보군으로는 드롭박스, 페이저듀티, 아사나, 스마트시티 등이 꼽히고 있다. 잘루시아 애널리스트는 팀워크에 초점이 맞춰진 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형 회사들이 이들 업체들 인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협업 시장에서 M&A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여러 협업 툴을 한번에 제공하는 이른바 번들 전략이 갖는 위력이 점점 커질 것이란 전망과도 무관치 않다. 고객 관리 관리 및 생산성 도구를 제공하는 조호의 라주 베게스나 수석 에반젤리스트는 "기업들이 툴들을 번들로 묶을 때 성공하기 쉽다"고 말했다. 특정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만 가진 회사들을 둘러싼 활동 공간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단일 제품을 가진 개별 회사들은 시간이 가면서 인수될 것이다. 우리가 스위트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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