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인증과 패스. [사진: 각 사]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공인인증서 폐지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은행권 ‘통합 전자인증서’는 아직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5대 금융지주들은 개별 인증서 발급의 불편함과 빅테크와의 경쟁 기반 마련 등을 이유로 은행 통합 전자인증서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통합 전자인증서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 실무진 사이에서 통합 인증서에 대한 논의는 이어가도 있지만 구체적인 결론은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의 주도로 통합 인증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오간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를 진행하기까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진척이 더디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공동 통합 전자인증서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저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개별 인증서를 개발, 운영해 왔다. 여기에 적용된 기술만 분산신원증명(DID),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으로 다양하다. 

이 기술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는 게 대부분 은행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결국 통합 전자인증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개발을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역시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때문에 통합 전자인증서보다는 자체 인증서 확장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은행 통합 전자인증서 출시가 늦어질수록 시장 경쟁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인증서 시장의 양대 산맥인 카카오페이 인증서와 패스(PASS)가 각각 누적발급건수 1700만건, 1800만건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인증서와 혁신적인 부분이 부각되지 않는다면 어렵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이미 은행들은 통합 인증서에 대한 실패를 한번 맛본 경험이 있다. 지난 2016년 15개 시중은행이 참여해 2018년 첫 선을 보인 ‘뱅크사인’이 대표적이다. 당시 은행들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으로 이용기관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뱅크사인은 타 인증서비스보다 불편하다는 지적 아래 별다른 사업 확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용자수도 32만명에 그칠 정도다. 최근에는 뱅크사인을 담당하던 은행연합회도 서비스 운영을 금융결제원으로 이관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기술적인 논의는 제외하고서라도 어떤 방식으로 은행 통합 전자인증서를 운영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은행 개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공인인증서 폐지 전까지는 통합 인증서가 나오기 어렵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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