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열린 2차 디지털금융 협의회 전체 회의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금융·핀테크팀] 디지털금융 시장에서 기존 금융회사들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신경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특히 차세대 인증 부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초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올해 연말까지 빅테크 기업들에게 금융규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양 진영의 신경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이 사설 인증서비스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초반 인증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금융권은 1개의 인증서로 여러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 금융권 vs 빅테크, 공인인증서 빈자리 선점 경쟁 달아오른다

5대 금융지주가 전자인증서 통합 작업을 논의 중이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오찬 자리에서 KB금융지주는 금융권에서 공동 사용 가능한 인증서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빅테크에 대한 의존 보다는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후보사업자로 카카오, KB국민은행, NHN페이코, 패스, 한국정보인증을 선정했다. 같이 신청서를 냈던 네이버와 토스 등은 떨어졌다. 네이버와 토스는 각각 인증서 사업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정으로 각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공공 시장 놓친 네이버·토스…인증서 사업 제동 걸리나

빅테크와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15일 네이버파이낸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제휴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협약을 맺고 네이버부동산 서비스에서 전세 매물을 찾는 실거주 목적의 전세 수요자들이 쉽게 전세금을 보호할 수 있도록 휴대폰으로 간편 가입할 수 있는 채널을 네이버부동산 모바일 서비스 안에 신설했다.

또 지난 13일 카카오페이는 실물카드 없이도 스마트폰만 써서 교통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NFC 모바일 교통카드'를 출시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NFC 모바일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실물 카드없이 스마트폰으로 지하철, 버스, 택시,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장 등의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19일에는 NHN페이코가 모바일로 보험 상품을 선물할 수 있는 ‘페이코(PAYCO)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페이코 보험 선물하기는 ‘페이코’ 앱에서 상대방 전화번호를 입력해 보험 상품을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선물을 받은 이용자는 페이코 앱에서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보험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이미지: 네이버파이낸셜]
[이미지: 네이버파이낸셜]

● 네이버파이낸셜 '전세금 반환보증' 출시

● 카카오페이, 'NFC 모바일 교통카드' 출시

● NHN페이코,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 시작...골프 보험부터

반면 전통 금융회사인 KB국민카드는 종합 금융 플랫폼 'KB페이(KB Pay)'를 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KB페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외에도 계좌와 상품권, 포인트 등 결제 수단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의 결제 방식을 탑재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플라스틱 카드 수준의 결제 편의성과 범용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KB국민카드는 독자적인 페이 서비스를 이번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 KB국민카드 'KB페이' 출시...다양한 결제수단을 하나로

앞으로 금융회사들과 빅테크 기업들의 신경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빅테크 종합 감독방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2020년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에 ‘빅테크 종합 감독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빅테크 종합 감독방안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민관 합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금융협의회를 통해 마련된다. 금융당국은 9월 10일 디지털금융 협의회 1차 전체 회의, 9월 24일 2차 전체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체 회의를 2번 개최했고 그동안 실무 회의를 수차례 열었다. 다음주 중 3차 전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카카오 '빅테크' 종합 감독방안 연말 나온다...규제 수준은?

올해 연말까지 빅테크 종합 감독방안의 윤곽이 나오고 내년부터는 법규 개정과 실제 규제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국회에 보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을 빅테크 기업에 적용할 뜻을 밝혔다. 금융회사에 적용하는 규제를 빅테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은 규제 강화가 금융혁신을 저해한다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에는 무슨 일이?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금융권 세미나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 혁신 세미나가 진행된다. 행사에서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금융의 확산과 은행의 대응’을 발표하며 핀테크와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현장 점포의 고객 금융상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금 때문에 은행이 경제 체계 안에서 여전히 특별하고 중요한 기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은 이미 수백년 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저성장, 저금리 기조 때문에 역할이 축소되긴 하겠지만 은행은 경제 체계 안에서 여전히 중요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테크·빅테크의 은행업 진입 확대 대응 방안으로는 ▲자금중개 기능 안정성 확보 ▲디지털금융 경쟁력 확보 ▲고객 만족도 향상 등을 꼽았다.

● 금융연 "디지털 금융 시대 은행 점포 민원 해결 역할 강화해야"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2021년도 핀테크 산업 활성화 세부사업 추진계획(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KISA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떠오른 보안 우려를 초기에 잠재우기 위해 보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핀테크 기업들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KISA는 내년 50개 핀테크 기업에 보안 컨설팅을 제공하고 핀테크 서비스 개발 경진 대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 핀테크 보안 우려 초장에 잡는다...KISA, 가이드라인 마련·컨설팅 지원

16일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본시장포커스 'P2P 국내외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서 정지수 연구원은 "지난 8월 27일 온투법 발효로 기존 P2P금융 기업의 적격성 여부가 명확해질 것이며 상위 업체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P2P금융 분야의 단독법안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의 첫 등록 업체가 이르면 1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통해 일부 상위 업체의 사업 다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고 정지수 연구원은 전망했다.

● "온투업자 등록 계기로 P2P업계 사업 다각화될 것"

이와 함께 핀테크 기업 세틀뱅크가 KB캐피탈과 비대면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 회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세틀뱅크의 간편현금결제 서비스 '내통장결제'에서 사용 가능한 대출 서비스를 새롭게 내놓고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현금 결제의 편의성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 세틀뱅크, KB캐피탈과 업무협약...비대면 간편결제 제공

[이미지: 카카오뱅크]
[이미지: 카카오뱅크]

19일 카카오뱅크가 10대 청소년에 특화한 '카카오뱅크 미니(mini)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만 14세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만 개설할 수 있는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이다. 은행 예금 계좌 개설이나 연결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휴대폰 본인인증과 약관 동의, 비밀번호 생성 과정을 통해 개설 가능하다.

● 카카오뱅크, 휴대폰 인증으로 개설하는 '미니' 출시...청소년 정조준

이번주에는 무슨 일이?

20일 금융연구원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은행의 새로운 비지니스 창출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번 세미나는 은행 산업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이사, 조재박 KPMG 디지털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것이 이체롭다. 은행의 비대면 서비스, 핀테크 서비스 등에 관한 내용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제3차 디지털금융협의회를 개최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협의회에서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을 비롯해 핀테크 분야의 현황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또 이날 금융위는 P2P 중앙기록관리기관 선정 결과를 배포한다. 공모에 금융결제원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느 기관이 선정될지 주목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금융법)에 따르면 중앙기록관리기관이란 P2P금융업자로부터 대출 현황 등 각종 정보를 취합해 관리하는 기관이다. P2P금융 회사를 통해 투자자의 연계투자 한도를 관리하고 사업자에 대해서는 연계투자와 연계대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같은날 한국은행은 차세대 한은금융망 가동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 거액결제시스템인 한은금융망은 1994년 가동된 뒤 혼합형 결제시스템, 증권대금 동시 결제(DVP) 등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은행은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차세대 한은금융망이 도입되면 시스템 부하를 가중하는 양자 간 동시 처리를 폐지하고 다자간 동시처리의 실행 주기를 30분에서 5분으로 줄이게 된다. 

23일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국회 종합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앞서 금융위는 12일, 금감원은 13일 국정감사를 받았다. 이번에는 앞서 제기된 문제를 재확인하고 추가적인 질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국감에서 펀드 사태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가운데 뉴딜금융, 금융혁신 서비스, 보안문제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종합 국정감사에서 어떤 문제가 지적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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