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결제원, 시중은행들이 공동 개발한 전자화폐(K-CASH) 서비스가 12월 15일 중단된다. [이미지: 금융결제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은행들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공동 전자금융 서비스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난 1998년 은행 공동으로 선보였던 전자화폐(K-CASH) 서비스가 오는 12월 15일 중단된다. 앞서 10월 30일에는 은행 공동 뱅크월렛 서비스가 종료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공동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은 부진한 성과에 운영기관이 바뀌었다. 이에 공동 전자인증서 개발, 공동 데이터 플랫폼 운영 등 현재 은행권에서 추진 중인 공동 서비스 전반에 회의론이 감돌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이 전자화폐(K-CASH) 서비스를 12월 15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KB국민은행은 “서비스 종료 시 전자화폐(K-CASH) 충전금 잔액은 고객의 연결계좌로 자동환불 처리될 예정이니, 연결계좌의 사용 여부를 미리 확인해 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자화폐(K-CASH)는 1998년 시중은행들과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서비스다. 전자화폐(K-CASH)는 실명 계좌로부터 충전을 해서 온라인,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결제수단이다. 

출시 당시 전자화폐(K-CASH)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됐다. 2007년에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전자화폐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앞서 10월 30일에는 은행권 공동 서비스였던 뱅크월렛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3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금융결제원과 스마트폰 지갑 서비스 뱅크월렛을 선보였다. 뱅크월렛은 간편송금과 결제 기능 등을 제공한다. 출시 당시에는 은행권 공동 서비스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각종 월렛, 페이, 간편송금 서비스가 나오면서 경쟁에서 밀리더니 급기야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공동 서비스가 주목받았고 실제로 개발, 출시가 된 여러 건의 사례가 있다. 공동으로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중복 투자비를 절감하고 개별 은행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보다 넓은 범위에서 고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또 금융권의 핵심인 은행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성공이 보장된 서비스로 인식됐다.

전자화폐(K-CASH), 뱅크월렛 이외에도 다양한 은행권 공동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개발되고 있다. 2018년 8월 27일 은행권은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을 선보였다. 당시 은행들은 뱅크사인이 공개키(PKI) 기반의 인증기술, 블렉체인 기술, 스마트폰 기술 등을 융합해 안전한 전자금융거래를 보장하는 인증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뱅크사인은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Sh수협은행,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BNK경남은행, 케이뱅크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뱅크사인은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입자가 약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의 기대에 비해서는 미흡한 성적이었다. 결국 10월 29일 금결원은 은행연합회로부터 뱅크사인 업무를 이관받아 내년 1월부터 뱅크사인 업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금결원이 뱅크사인 서비스와 운영을 개선할 것으로 알려져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에는 주요 은행들을 보유한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인증서을 개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오찬 자리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제안을 했고 이에 따라 실무선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12월 10일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후 공인인증서를 5대 금융그룹의 인증서가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사례처럼 은행들이 공동 서비스라는 이유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많다.

이밖에도 이달 10일 금융결제원은 국내 전 은행과 금융결제 데이터의 융복합 활용을 위한 금융권 공동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 데이터 플랫폼은 금융공동망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대량의 금융결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 개방, 결합하는 공유인프라다. 금융결제원은 내년 7월까지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금융결제 빅데이터 개방과 원격 분석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공동 서비스가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동 서비스라는 특징으로 경쟁이 사라진 점을 지적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자신들이 선보인 앱이나 서비스의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공동 서비스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대형 은행들이 함께 추진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안일한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공동 서비스가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의 서비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또 금융그룹들이 뭉쳐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출시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며 “공동 서비스 개발에 앞서 전자화폐(K-CASH), 뱅크월렛 등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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