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사진: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의 연루설이 불거진데 이어 금융회사들과 연관성도 부각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 수사, 특검 등이 진행될 경우 금융권의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관리 실패의 책임을 넘어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13일 진행된 금융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의원(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녹취록이 연이어 공개했다. 12일 공개된 녹취록에는 금융위원회 과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편의를 봐주는 듯 한 대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민원인에 대해 친절히 응대한 것이며 또 담당과장이 통화한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13일 공개된 녹취록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내이사였던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금감원에서 자신을 VIP 대접해준다고 설명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밖에도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전 금감원을 만난다고 언급한 내용, 금감원에서 행정 절차를 안내하는 내용 등도 알려졌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과장된 발언이며 금감원 직원은 일반적으로 안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위, 금감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추가 녹취록과 자료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에서 연루된 사람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금감원 전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금감원 전 간부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해당 간부는 금감원에서 지역 지원장을 역임했으며 금융교육 관련 업무도 수행했다. 그는 옵티머스와 별개로 기업에 특혜대출을 알선하고 금감원 징계를 감경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옵티머스와 금감원, 금융권의 다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금감원 팀장이 금감원 내부 검사 자료를 빼낸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라임, 옵티머스 사건에 모두 금감원 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위, 금감원이 연루 사실을 부인해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막기 못한 관리, 감독 책임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만약 연루된 인원이 추가로 나올 경우 금융당국 수장들의 운명도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실무 간부급이 아니라 전 원장 등 고위급 연루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법인등기부 등본 중 일부 내용 [이미지: 대법원]

대법원에 법인등기된 내용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09년 11월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으로 출범했다. 이후 에이브이자산운용을 거쳐 2017년 7월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최초 설립은 미국으로 도피한 이혁진 대표가 주도했지만 2017년 7월 사임했고 김재현 대표가 취임했다. 이혁진 전 대표는 김재현 대표측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로비 의혹이 일고 있다.

김재현 대표는 취임한 후 2017년 9월부터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사내이사 발탁됐으며 2018년 5월까지 근무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이 옵티머스 펀드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최소 51억원에서 333억원까지 6차례에 걸쳐 옵티머스에 총 748억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 대표가 취임한 후, 그리고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근무했던 기간과 미묘하게 겹친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금융당국만 떨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회사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한 금융회사 대표가 옵티머스 펀드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보지(속칭 찌라시)가 확산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최근 라임펀드 환매중단의 배후로 지목돼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문건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해명자료를 내고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에게 로비했다고 적시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은 라임과 관련해 자펀드 형태로 약 3577억원 어치를 판매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였다는 점에서 구설에 올랐다. 유의동 의원(국민의힘)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투자제안서 자산과 실제 매입한 사모사채 간 불일치와 관련해 하나은행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수탁은행으로써 하나은행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옵티머스 펀드 사건 수사를 시작한 후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최근에는 대신증권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검찰은 이들 회사들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판매사를 설득하면서 금융권 고위 인사, 유명 인사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비, 압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인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도 곤혹을 치렀다. 이들 금융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징계가 논의되고 있어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펀드 사태의 관리, 감독 부실 문제를 지적받은 금감원은 관련 금융회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금융회사와 관계자들의 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여당에서는 공수처 수사를, 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경우 든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조사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소한 관계자 소환,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상황이 저축은행 로비 사태, 금융권 채용 비리 사태 등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두 사태를 넘어서는 파장도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금융권이 이미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사건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어떤 형태든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추가로 부실이 드러나거나 금융권 인사들이 연루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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