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표지석.
금융감독원 표지석.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펀드사태 징계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판매사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주요 판매사 경영진을 중징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판매사들은 이번 사태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정 공방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판매사에 대한 금감원 제24차 제재심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렸다. 이번 제재심은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에 대한 검사결과 조치안 심의가 주된 내용으로 다뤄졌다. 마지막 순서였던 KB증권에 대한 심의는 시간상 다뤄지지 못하고 다음 제재심으로 넘어갔다. 다음 제재심은 11월 5일 열린다. 

이날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판매사들이 위반했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에는 주요 경영진에게 직무 정지를 뜻하는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만약 중징계가 선고되면 향후 3~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반면 증권사들은 해당 법 조항이 최고경영자까지 징계하는게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부통제와 최고경영자 책임과 관련한 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아 근거가 미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내부통제 기준을 근거로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이런 논란은 해외금리 파생결합상품 사태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부각됐다. 현재 이들은 제재가 부당하다며 금감원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금감원의 책임론도 부상했다. 특히 KB증권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금감원의 라임사태 책임을 묻는 내용의 탄원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증권사 CEO 30명은 ‘라임사태의 책임을 묻는 경영진 징계가 과도하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활성화를 이유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규제 완화가 최근 벌어지는 사모펀드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금감원이 라임 사태로 시작된 펀드 전수조사 이후에 벌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서울 남부지법에 따르면 라임사태와 관련된 검사를 앞둔 상황에서 금감원의 한 내부직원이 검사계획을 청와대 김모 행정관에게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이 내용은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봉현 라임 전 회장에게 넘어갔다. 결국 내부 검사계획을 유출시킨 금감원 직원은 국감이 열리기 한달 전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금융감독원이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려 하고 있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연루 직원부터 중징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시센터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사의 과도한 이익 추구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이 합쳐 만들어진 촌극”이라며 “같은 사태에서 한쪽만 처벌을 강하게 받을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양쪽 모두의 처벌이 필요하다. 금감원이 스스로 바뀌어나갈 노력이 보이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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