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부 배구단 현황 [이미지: 한국배구연맹]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배구 선수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회사들이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효자 종목으로 불렸던 배구가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7개 배구단 중 4개 구단 선수들이 최근 학교폭력 사태에 연루됐다.

현재 국내배구는 여자부 6개 구단, 남자부 7개 구단 등 총 13개 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금융회사들이 운영하는 구단은 여자부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남자부의 우리카드 위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KB손해보험 스타즈, 삼성화재 블루팡스, OK금융그룹 읏맨프로배구단 등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재학 시절 다른 학생들을 괴롭혔다는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시작됐다. 두 선수는 관련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으며 흥국생명 배구단은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어 남자부 OK금융그룹 구단 소속의 송명근, 심경섭 선수가 학창시절 폭력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선수 역시 관련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며 시즌 포기 의사를 밝혔다.

OK금융그룹 배구단은 지난 2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은 금번 학교폭력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사자인 송명근, 심경섭 선수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책임지고 자숙하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것을 감독을 통해 전달했다. 구단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심사숙고한 끝에 선수가 내린 의사를 존중해 수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자부 배구단 현황 [이미지: 한국배구연맹]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전력 소속의 박철우 선수가 12년 전 이상열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상열 감독은 현재 KB손해보험 배구단 감독이다. 이에 KB손해보험 배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상열 감독이 2020-2021 V리그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박철우 선수에게 사과하며 배구단에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나타냈다.

19일에는 삼성화재 박상하 선수가 과거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처음 이를 부인하던 박상하 선수는 22일 삼성화재 배구단을 통해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박상하 선수는 "학교 폭력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상처를 받은 분들께 죄송하다. 이에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체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구계는 어느 구단에서 추가로 학교폭력 연루 논란이 불거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는 그동안 금융권의 효자 종목으로 인식돼 왔다. 2012년 일부 배구선수들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었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해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었다. 또 배구팬들이 열성적이고 배구선수들의 인기도 높아서 금융회사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됐다. 금융회사들은 배구단과 관련된 이벤트를 개최하고 선수들을 금융상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15년 IBK기업은행이 여자배구단의 '2014~2015 V리그' 우승을 기념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특별예금 상품을 판매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흥국생명의 경우 핑크스파이더스 배구단을 응원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당분간 배구단과 선수들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구연맹 자유게시판에는 선수와 구단을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팬들은 구단에 연루된 사람들을 퇴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학교폭력 연루자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 게재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구단과 금융회사도 같이 거론 중이다.

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회사 브랜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