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물밑에서 더디게 이어져오던 인터넷 전문은행의 국세 환급금 계좌 포함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국은행 등이 인터넷은행의 요청과 이용자 불편 등을 감안해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세 환급금이란 납세자가 낸 세금이 정산 결과 본래 납부해야 할 세액보다 많을 경우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초과분을 뜻한다. 환급금이 발생하고 5년 안에 수령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찾아가지 않은 국세 환금금은 올 5월 기준 1434억원에 이른다.

국세 환급금은 계좌로 자동 입금받거나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현금으로 수령 가능하다. 계좌로 입금받기 위해선 납세자가 홈택스나 손택스(모바일 홈택스)에 환급금을 받을 본인 계좌를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계좌로는 지급 받을 수 없다. 앞서 한은과 계약을 체결해 국고 수납(지급)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기존 은행들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국고수납대리점(옛 국고대리점)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최근 국고수납대리점 지정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들어 카카오뱅크 측에서 국고수납대리점 지정을 요청하는 전화 문의가 여러 차례 와서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인터넷은행의 지급 계좌 포함 건은 한은 차원에서도 고민해온 사안이긴 하지만 아직 공문 등 공식 서류를 받아 절차를 진행하는 단계까진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계좌 지급 불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젊은 세대나 해외 거주자 등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만 쓰고 있는데 세무서에 물어보니 인터넷은행 통해서는 근로장려금 수령이 안 된다더라' '인터넷은행도 정부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인데 국세 환급금 계좌로 사용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 등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달 19일 발간한 주간 민원동향보고서 '국민의 소리'에서 개선이 요구되는 민원 사례 중 하나로 '국세환급금 계좌에 카카오뱅크 계좌 포함 요구'를 꼽았다. 민원에서 신청인은 "올해 5월 신고한 종합소득세 일부를 환급받게 됐지만 당시 입력한 계좌가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거래정지계좌가 됐다"며 "해외 거주 중이라 정지 계좌의 해지가 어려운 상황인데 유일하게 거래 가능한 카카오뱅크 계좌로는 국세 환급이 불가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국고수납대리점 지정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고수납을 하기 위해서 은행은 국고금 수납사무를 취급하는 데 필요한 정보통신시스템과 정보보호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예상 업무량은 한은 국고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하면 안된다. 인터넷은행 업계가 관련 인가 취득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온 것도 이런 까다로운 요건 때문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지방세는 수납 대행 수준이지만 국세 등 국고 수납은 업무 위임에 해당한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의 모든 업무를 따라가기는 현실적으로 버거운 상황"이라면서도 "당장은 지방세 수납만 제공하고 있지만 고객의 수요에 중점을 두고 국세 수납과 지급 업무에 대해서도 검토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일단 한은은 이용자와 인터넷은행의 수요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급 계좌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급 업무 등을 취득하면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관을 섣불리 추가해 국가 전체의 국고망 질서와 안전성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선 안되지 않느냐"며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추후 인터넷은행의 수납 건수와 준비 자금 규모, 결제 안정성 등 관련 데이터를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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