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4월 3일 문을 연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자 25년 만에 등장한 시중은행이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케이뱅크 등장 후 약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27일,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후광에 힘입어 케이뱅크와는 다른 관심을 받았다.
국제금융센터가 코로나19로 인해 전통 은행들이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면서 인터넷 은행들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은행들이 디지털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오히려 인터넷 전문은행 입장에서는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제금융센터는 ‘일부 디지털뱅크 실적 부진 배경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수년 간 전 세계 디지털 은행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영국, 아시아 일부 은행들이 최근 실적 부진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통 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 유럽을 시작으로 2000년대 일본, 중국 등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 25개, 캐나다에 3개, 영국에 11개, 중국에 8개, 일본에 10개, 홍콩에 8개, 신흥국에 4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운영되고 있고 토스뱅크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영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그동안 빠르게 성장했지만 최근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몬조(Monzo)의 경우 올해 5월 시장가치가 40% 하락하고 7월에는 12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금융센터는 아시아 신흥시장 중 은행 서비스 보급률이 낮은 지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잠재적 고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장기화 되는 변수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인터넷 전문은행은 디지털 서비스를 무기로 젊은 세대, 틈새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특히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더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센터의 분석은 달랐다. 센터는 코로나19로 전통 은행들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시대에 디지털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소비자들이 전통적으로 이용하던 은행이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함에 따라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새로 선택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센터는 더구나 전통 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을 비교했을 때 연혁이 상대적으로 짧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신뢰가 전통 은행에 대한 신뢰보다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회될 줄 알았던 코로나 시대...오히려 인터넷 은행에 도전될까

즉 소비자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선택하는 이유가 디지털 서비스의 편리성, 새로운 서비스 등이었는데 전통 은행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오히려 인터넷 전문은행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센터는 전통 은행의 입지와 서비스가 강력한 국가에서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택트, 비대면 시대가 오히려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의 주장처럼 올해 기존 금융회사들은 디지털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유튜브로 공개된 그룹 창립 19주년 기념 비대면 녹화 방송에서 “그룹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지 못한다면 신한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5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손태승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손 회장은 2020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그룹의 하반기 핵심 대응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혁신'을 주문했다.

2018년 일찌감치 디지털 비전을 발표한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6월 하나금융그룹은 금융 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DT 유니버시티(University)'를 출범시켰다.

이런 추세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의 서비스 차이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출범 후 전 과정을 디지털로 진행하는 서비스들을 선보여왔다. 그런데 시중 은행들도 완전 비대면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로 몰려오고 있지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전통 은행들의 영역인 오프라인 영업점을 개설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영업점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회사들의 강점은 조직과 투자역량, 그리고 이미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이다. 전통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나설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차별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전통 은행들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투명성과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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