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금융 데이터거래소 첫 화면 캡처]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데이터 거래소 개방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신민경 기자)<br>
지난 5월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 데이터를 사고 파는 '금융 데이터거래소'가 출범 다섯달을 맞았지만 핀테크 업체들의 외면 속에 반쪽짜리 데이터 공유에 그치고 있다. 거래소의 설립 취지가 신규 핀테크 비즈니스 창출인 만큼 주요 업체들의 참여 유인을 늘리는 한편, 핀테크 업계도 이익되는 사업에만 참여하겠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 데이터거래소 현황을 보면 총 참여기업 87곳 중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은 10% 가량으로 저조한 편이다. 이마저도 최근 합류한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를 빼면 대부분 중소업체다. 지난달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트렌드 데이터'와 '지역 비즈니스 데이터' 등 검색 데이터 2종을 올렸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아직 데이터를 올리지 않았다. 

카카오페이·NHN페이코·비바리퍼블리카(토스)·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등 주요 전자금융업자는 참여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카카오페이와 레이니스트는 거래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꾸려진 '금융분야 데이터 생태계 구축 협의회'의 회원사인데도 이름이 없다.

이는 전통 금융권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가 모두 거래소에 참여한 점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카드업계가 데이터 공유와 판매에 가장 적극적이다. 거래소에 올라온 일반 데이터 472개 중 카드사 데이터는 234개다. 비율로 따지면 49%가 넘는다. 

대형 핀테크 업체들이 데이터거래소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대형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결제·송금 데이터는 핵심 경쟁력인데 이걸 업계에 내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다. 대량의 데이터를 보유해 사회적 기여를 하려는 게 아닌 이상 거래소에 자사가 모은 데이터를 올려 놓을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거래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핀테크 업체 대표는 "거래소 참여기업 모두 금융시장에서 잠재적인 경쟁자에다 개별적으로 데이터 분석·활용조직을 가지고 있다. 양질의 데이터가 올라가기 힘든 구조인 것"이라며 "거래소의 취지가 핀테크 업체의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라지만 실상은 통계성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일부 중소업체만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데이터거래소 측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금융업 곳곳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향후 빅테크·핀테크의 참여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올리는 데이터는 거래소 내에서도 파장이 커서 데이터 유통 활성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9월 네이버가 올린 '온라인 쇼핑 트렌드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상품 중 월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 담당자는 "출범을 즈음해 핀테크 업체들에도 거래소 개요를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하긴 했지만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원하는 업체만 참여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빅테크·핀테크 기업들과 만나 참여기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빅테크가 '금융시장 메기'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거래소에 합류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나온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정책사업 중 하나로 금융보안원이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소관 부처로서 은행·카드 등 금융회사에 당부하는 것과 IT 기반의 핀테크 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건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핀테크 업체들이 이득이 되는 사업에만 참여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며 "최근 유통·통신 등 비금융 기업들도 데이터 판매업체로 속속 합류하고 있는 만큼 규모 있는 업체 위주로 거래소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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