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제프 매너링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 부문(아우디코리아) 사장은 지난 7월 1일 e-트론 신차 발표회에서 “진정한 진보는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을 통한 진보’를 내세우는 아우디가 이제야 첫번째 전기차를 출시한 것에 대한 변론이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그래서일까? 아우디 e-트론은 이상할 정도로 평범하게 생겼다. 전기차임을 유세 떨지 않는다.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현실의 차임을 보여준다. 굳이 나누자면 테슬라나 재규어 I-페이스 보다는 벤츠 EQC와 같은 과다. 그렇다고 BMW iX3처럼 기존 SUV를 전기차로 바꾼 모델도 아니다.

외관은 아우디 SUV 중 e-트론만의 실루엣과 사이즈를 가졌다. 다만 앞모습은 Q3 붕어빵이고 후측면은 Q8을 연상시킨다. 가로 일직선 후미등이 점등된 모습만에서는 아반떼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심심한 겉모습에서 그나마 눈길 끄는 요소는 두 가지. 아주 작은 사이드미러, 그리고 평상시 드러나지 않지만 충전할 때 볼 수 있는 전동 개폐 충전 덮개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사이드미러가 이렇게 작고 날렵할 수 있는 것은 거울 대신 카메라를 달았기 때문이다. 후방 영상이 실내 도어 손잡이와 대시보드 사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일반적인 사이드미러 높이보다 모니터 위치가 낮다. 시승 중 차로 변경 등을 할 때 사용해보니 눈이 자연스레 사이드미러(카메라) 쪽을 먼저 보고 시선을 내리는 일이 반복됐다.

어두울 때도 밝게 볼 수 있는 점, 공기저항과 바람소리가 적은 점등 장점도 많다. 억지춘향 같은 면이 없진 않지만 브랜드 최초 전기차라는 상징성에는 어울리는 장비다.

참고로 이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전동으로 접는 기능이 없다. 손으로 잡고 밀면 앞이나 뒤를 향해 꺾을 수는 있다. 자동세차장에는 접지 않고 들어가도 문제 없다고 한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실내도 외관처럼 요즘 아우디 차 그대로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비행기 스로틀 모양 기어셀렉터가 그나마 특색 있다. 폴딩 가능한 뒷좌석과 트렁크 적재공간 등 실내 뒷부분으로 넘어가면 전기차임을 눈치채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소프트 클로징 도어, 통풍 시트, 나파 가죽 패키지 등 장비는 좋다.

차체 앞쪽에는 추가 수납공간 ‘프렁크’가 없지만, 실내에서는 엔진과 변속기가 없는 차라서 가능한 공간 여유가 느껴지긴 한다. SUV치고 실내 바닥이 나지막한 e트론은 4륜구동이면서도 뒷좌석 터널이 높지 않다. 앞뒤를 잇는 구동축 없이 서로 독립된 전기모터를 통합 제어해 네바퀴를 굴린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아우디 콰트로 기술이 전기차로 확장된 것. 이제 콰트로는 전방 상황을 파악해서 미리 대응하기까지 한다.

e-트론은 기본적으로 뒷바퀴굴림이다. 뒤차축에 165kW 출력 전기모터를 달았다. 앞쪽 모터는 135kW다. 둘을 더하면 300kW지만 평상시 최고출력은 265kW다. 300kW(408마력) 출력은 부스트 모드에서 8초간만 사용할 수 있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부스트 모드’가 따로 있다니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선택하거나 변속장치를 D에서 한 칸 더 움직여 S로 맞춘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바로 작동한다. 8초라는 제약이 인색해보여도 실제 주행에서는 부족하지 않다. 정지상태에서 5.7초면 100km/h에 도달하고 200km/h에서 속도제한이 걸리기 때문. 게다가 8초를 소진 했어도 끊었다가 밟으면 다시 작동한다. 배터리 소모도 그만큼 빠르다는 점만 유의하면 된다.

부스트 모드에선 가속페달 가감에 따라 동승자 고개가 휙휙 젖혀지다 못해 전날 숙취로 인한 멀미가 동반돼 모종의 분출이 염려될 만큼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부스트 모드가 아니라도 정지상태에서 6.6초면 100km/h에 도달할 수 있으니 일상 주행에서 답답할 일은 없다. 최대 토크가 561Nm다. 부스트모드에선 664Nm다. 참고로 르노삼성 더 뉴 SM6 TCe 300의 최대토크는 300Nm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동력성능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행 질감이다. 연구 개발용 차를 얻어 타는 기분이 드는 일부 전기차와는 격이 다르다. 차체 크기에 비해 몸무게(2.6톤)가 많이 나간다 뿐이지 기존 아우디 양산차 기준으로 미흡한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아우디코리아 제품 교육담당자는 “경쟁 모델 중 유일하게 앞뒤 모두 멀티링크 에어서스펜션을 갖췄다”고 자랑하는데(많은 자랑 중 극히 일부), 그래도 될 만큼 주행안정감과 승차감이 좋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20인치 휠을 끼웠지만 노면 좋지 않은 국도를 내달려도 불편한 낌새는 없었다.

e-트론은 주행모드가 7개나 되는데, 그에 따라 에어서스펜션 높이가 바뀌고 전기 콰트로 시스템 제어도 달라진다. 에어서스펜션은 고속주행때 최저지상고를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차체를 껑충 띄우는 등 최대 76mm를 오르내린다. 차고 조절 기능은 경쟁 모델에도 있지만 아우디는 ‘말만 전기 SUV’인 차들과 e-트론 사이에 선을 긋고 싶어하는 듯 하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경쟁자들과 차별된 e-트론의 기술적 진보 한가지는 제동 분야에 있다. e-트론은 앞바퀴에 6 피스톤(캘리퍼), 뒷바퀴에 1 피스톤의 괴기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는데, 일반 주행 시에는 이를 잘 사용치 않는다. 0.3g 이상의 강한 제동이 아닌 어지간한 감속은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것으로 퉁 칠 수 있기 때문. 일반 브레이크시스템은 열이 오르지 않을 경우 제동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냉간 특화 브레이크를 개발했을 정도다.

특히 주목할 것은 브레이크페달과 제동장치사이에 기계적 연결없이 전기신호로 작동하는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BBW) 시스템을 채용한 점이다. 강력한 회생 제동에 의한 감속과 제동장치 작동이 엇 박자를 낼 경우 운전자가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 e-트론은 BBW를 통해 이들 관계를 순전히 집안 사정으로 돌렸다. 덕분에 브레이크 작동 중에도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어 효율이 높고, 제어가 매끄러우니 운전자는 이런 기술적 내용들을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 단, 원한다면 스티어링휠의 패들을 통해 회생제동 수준을 2단계로 조절할 수는 있다.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아우디 e트론 [사진:민병권기자]

e-트론은 95kWh 배터리를 탑재했고, 1회 충전 시 WLTP 기준으론 436km, 국내 인증으론 307km를 갈 수 있다. 150kW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충전 속도도 빠르다. 10%에서 80%까지 채우는데 25분, 0에서 100%는 45분 걸린다. 아우디코리아는 전국 41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되는 150kW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총 35대의 충전기를 설치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7월 1일 1억1700만원의 가격으로 국내 출시된 e-트론의 저공해차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 여부는 내달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아우디 딜러에선 보조금 못지 않은 프로모션 조건에 힘입어 이미 e-트론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후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ADAS 중 차로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이 빠진 점이다. 아우디 여러 모델이 국내 법규 문제로 같은 상황에 처했는데, e-트론에 담긴 기술의 진보를 고려하면 특히 안타깝다.

e-트론은 아우디가 말해온 기술의 진보를 응축해 보여준다. 아우디의 첫 전기차로서 훌륭한 스타트를 끊은 만큼, 뒤이어 나올 아우디 전기차들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아우디 e-트론
아우디 e-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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