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스무드’하게 넘는다. 인정사정없이 삐죽 솟은 과속방지턱도, 지뢰처럼 몸을 숨겼다가 도저히 피하지 못할 마지막 순간에야 눈에 보이는 맨홀 파인 곳도. 뿐인가? 신경 곤두서는 잔진동을 일으킬 빨래판 노면마저 매끄럽게 타고 지나간다. 르노삼성 SM6 부분변경 모델 ‘더 뉴 SM6’ 얘기다.

이 정도면 더 이상 “멀미 나서 뒤에 못 앉겠다”는 원성 들을 일은 없으리라. “중형차에 토션빔을 넣으니 이렇지”라는 볼멘소리도. 하지만 (놀랍게도) 신형 SM6 리어 서스펜션은 여전히 토션빔이다. 특히 기존 모델에 승차감 개선을 위해 추가됐던 AM링크마저 빠진 정통(?) 토션빔. 토션빔을 몹쓸 물건 취급하는 이들은 경악할 일이다.

하지만 더 뉴 SM6 개발 임원 말마따나 “서스펜션 구조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튜닝 하는지가 더 중요하고, 실제 차에서 어떤 결과를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기존 SM6는 유럽 취향으로 핸들링을 우선시해 토션빔을 넣은 세팅이 한국시장에서의 패착으로 작용했다. 잘생김에 힘입었던 초반 인기는 핸들링보단 승차감을 중시하는 대다수 중형차 소비자들 취향에 부딪혀 기세가 꺾였다.

신차는 4년만에 나온 부분변경 모델. 애초에 기반으로 삼은 토션빔 구조 자체를 어쩌지는 못했지만 승차감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효과를 인정받는데 실패한 AM링크를 버리는 한편, 토션빔 연결부위에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를 적용하고 앞뒤 댐퍼에 모듈러 밸브 시스템(MVS)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말하는 ‘승차감’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 기존 강점이었던 정숙성을 한층 강화한 것도 신차의 승차감이 전반적으로 나아진 느낌을 주는데 일조한다. 소음, 진동에 취약한 디젤차에 적용하는 수준의 흡차음 패키지를 곳곳에 적용했다.

승차감을 개선하는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핸들링 성능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우려내지는 의심을 가졌는데, 르노삼성은 그러한 마음을 읽었는지 기자들을 자동차 경주장으로 초대했다. 풀 코스 기준 1주 3.9km 트랙을 가진 인제스피디움은 심한 고저차와 다양한 코너가 어우러져 차와 운전자의 밑천이 쉽게 드러나는 곳이다.

‘새로운 심장’ TCe 300을 품은 더 뉴 SM6 최상위 트림 ‘프리미에르’는 이곳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능을 과시했다. 스포츠 모드로 조여진 전자제어 댐퍼(액티브 댐핑 컨트롤)와 랙 구동형 파워스티어링에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0Nm(30.6kg·m)의 동급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1.8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 및 7단 DCT 조합이 어울려, 연속되는 가혹주행에도 허둥대거나 맥 빠지는 모습없이 당당한 기세를 유지했다. 이어진 슬라럼 체험에서도 기존 1.6 터보 모델보다 한층 짜임새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어진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운전 재미에 빠질 수 있었다. 스포츠 주행용 타이어가 아니라 승차감과 정숙성으로 소문난 금호 마제스티 솔루스(245/40/19)를 끼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참고로 강원도 인제의 국도에서 시승한 차는 TCe 260. 18인치 휠에 역시 마제스티 솔루스(245/45)를 끼웠다.

TCe 260의 경우 XM3를 통해 소개된 르노·다임러의 1.3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SM6에 맞게 튜닝해 얹었다. 말리부 1.3 터보와 마찬가지로 기존 2.0 가솔린 모델을 대체하는 성격이다. 배기량은 작지만 터보인 만큼, 자연흡기 엔진 경쟁 모델 대비 높은 토크와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XM3는 출발 때 DCT가 굼뜨게 반응했지만 이번 SM6 시승에선 그런 어색함이 보이지 않았다.

한편 TCe 300은 기존 1.6리터 터보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르노 그룹내 스포츠카, 고성능 해치백 등에도 사용된다. 다만 차 성격과 시장이 다른 만큼 세팅은 차이가 난다. SM6 TCe 300은 쏘나타 등의 1.6리터 터보에 비해 높은 배기량만큼 출력과 토크 모두 압도적인 수치를 보인다.

TCe 300 프리미에르는 고성능, 전천후다. 편안하게 달리고자 한다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바꿀 수 있고, 불필요한 소음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으로 한번 더 걸러낸다. 반대로 실제 엔진음에 효과음을 입혀 운전 즐거움을 높이는 기능 또한 강화됐다. 때로는 더 다이내믹하게, 때로는 더 편안하게 탈 수 있다는 뜻이다.

고가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상향등을 켜고 달리면, 앞서 달리는 차나 맞은편에서 오는 차 등을 카메라로 인식해서 전방 총 30개 영역 중 해당 영역만 빛을 조절,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면서 운전자에겐 시야를 확보해준다. 일종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다.

이외에도 정차 후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로 중앙 유지 보조 등 ADAS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국도에서 사용해본 결과, 조작이 간편하고 각각의 기능이 솜씨 좋게 작동했다. 운전자 피로를 줄이는 것은 물론 유사시 안전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4년이 지났어도 유효한 외관 디자인의 멋스러움에 비해, 데뷔 시기를 속이지 못했던 첨단 기술 부분을 요즘 추세에 맞게 보강한 것이다.

외관 역시 주름 제거에 비할 수 있는 섬세한 터치로 완성도를 높였다. 가까이서 보면 투박하게 보였던 부분들을 세련되게 다듬고 ‘라이팅 시그니처’로 첨단 이미지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도 큰 틀을 유지하되 내비게이션 지도화면이 표시되는 디지털 액정 계기판 적용, 세로형 터치스크린 사이즈 확대,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오토홀드 기능 추가 등 트렌드를 반영한 업데이트를 거쳤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공조 관련 조작부를 터치스크린 밖의 물리 버튼으로 빼놓은 것도 눈에 띈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보면 가려웠던 곳을 잘 긁어준 부분들이 여럿이다.

“얼굴 뜯어먹고 사냐”는 말을 들을 만 했던 SM6가 시장 반응을 겸허히 받아들여 부족한 부분들을 잘 채우고 돌아왔다. SM3 전기차를 제외하면 SM3·5·7이 모두 단종돼 르노삼성의 유일한 세단 모델로 남은 SM6는 올해 상반기 5487대 팔려 지난해 동기(8478대)보다 35.3% 빠진 실적을 보였다. 2016년 6월에는 두 달 연속 7000대를 돌파했고 출시 3개월만에 2만대가 팔린 SM6다. 흥미진진한 후반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