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재정이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친환경차량에 대한 성급한 보급 정책보다는 경제성 제고를 위한 기술 개발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자동차공학회, 로드맵 발표회 개최
한국자동차공학회, 로드맵 발표회 개최

국내 최대 자동차관련 비영리 학술기관인 한국자동차공학회는 19일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의 상생 전략 -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선제적 대응’을 주제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3단계 연구 발표회를 개최하고 온실가스 저감과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전략 및 한국형 자동차 기술 개발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보급 예산으로 1조1497억원을 책정하고 작년보다 57% 증가한 9만4000대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보급대수는 20만대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급은 2022년 45만대, 2025년 114만대를 넘어 2030년 300만대에 이른다. 수소전기차 보급대수는 올해 1만5000대, 2025년 20만대, 2030년 85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특히 2030년 전기·수소차의 국내 신차 판매비중을 33%까지 높인다는 계획은 해외 기준과 비교해 공격적이고 야심찬 목표라고 발표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러한 친환경차량 보급 정책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도 관련 깊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CO2 감축 관련 자동차 규제는 탱크-투-휠(tank-to-wheel), 즉 운행 중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집중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것은 배기구에서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이지만, 자동차 생산과 재활용, 연료 및 전력 생산 과정까지 모두 포함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차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웰-투-휠(well-to-wheel), 즉 연료 생산 배출과 더 나아가 제품관련 원료가공, 생산, 사용, 폐기, 재활용까지 포함한 전생애주기분석(Life Cycle Assessment, LCA)을 통해 여러 자동차기술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재평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관련 규제를 웰-투-휠 또는 LCA 기반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CA 온실가스배출량 비교 [출처:한국자동차공학회]
LCA 온실가스배출량 비교 [출처:한국자동차공학회]

이번에 한국자동차공학회가 발표한 LCA 비교에 따르면 국산 준중형차의 전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반떼(AD) 가솔린> 아반떼 디젤 >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전기차 순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150(g CO2 eq./km)인 반면 아반떼는 200이 넘는다. 전기차라도 SUV형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170)의 경우 아이오닉 하이브리드(160)보다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SUV 투싼 가솔린은 아이오닉 전기차나 코나 일렉트릭보다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280에 이르는 배출 수치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중형 SUV에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및 배터리를 결합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차체크기와 무게 면에서 한 체급 아래인 투싼 디젤(240)보다 적은 온실가스(220)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UV형 수소전기차 현대 넥쏘는 아이오닉 전기차보다 낮은 110대의 수치로 우수성을 뽐냈다.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테슬라 모델 X다. 순수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물론 투싼 디젤보다도 높은, 투싼 가솔린 수준(270이상)의 CO2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와 관련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배충식 위원장(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은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보조금의 절반을 가져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위원회 내연기관자동차 기술 분야 연구책임자 이기형 교수(한양대학교)는 “코로나19 이후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친환경차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전기차에 비해 부품 수와 공급업체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내연기관 자동차는 고용 창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월등히 크다”고 했다. 내연기관은 퇴출대상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여전히 주요 동력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친환경차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 협력하여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배충식 위원장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배충식 위원장

발표자들은 현재 국가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계획이 과도한 CO2 저감 목표에 근거한 이상적인 환경성능 만을 강조하여, 성숙하고 경제적인 내연기관차를 급격히 축소하고 무리한 전기동력차 보급 지원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경제난을 야기하여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위원회는 일방적인 규제를 통한 개선이 아닌, 산업계와 환경의 상호보완적인 방향의 개선을 근간으로 하는 상생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자동차 산업 기술 발전을 위해 경제적인 측면의 기업 구제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효율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세계 시장 예측과 신동력 자동차 보급 시나리오는 환경성, 경제성, 적합성,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면밀히 분석하여 작성되어야 하며 다양한 동력원 기술의 LCA를 기반으로 적절한 시나리오와 균형 잡힌 정책, 장기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자동차공학회는 1978년 설립된 자동차공학인들의 인적 네트워크 구심기관으로서 현재 3만3000여 명의 개인회원과 완성차 및 부품회사 등 400여 사의 법인회원이 활동 중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로드맵 연구위원회는 2018년부터 매년 각 로드맵 단계의 연구 내용을 발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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