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가 한국은행 창립 제70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이미지: 유튜브 '한국은행' 영상 캡처.]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12일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은이 '위기'를 20번이나 언급하며 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디지털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경제위기를 디지털 혁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주열 총재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념식을 통해 "물적자본 축적에 의존하는 옛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되게 해 생산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하는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영 변화를 향한 이러한 고민의 흔적은 지난 9일 발표한 '한국은행 중장기 발전전략(BOK 2030)'에도 반영돼 있다.

한은은 최근 세계적인 중앙은행 CBDC 발행 움직임에 합류하기로 했다. 올해 안으로 CBDC 구현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 중 가동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CBDC란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기술을 통해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로 한은은 주요국 CBDC 추진 동향을 참고해 국내 도입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행 중장기 발전전략 'BOK 2030' 중 디지털 혁신 추진 내용. [자료: 한국은행]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던 한은은 최근 적극 수용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모습이다. 당초 한은은 국내 현금사용이 비중이 여전히 높고 소액결제 시장도 다각화 돼 있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접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CBDC 도입을 최우선 업무 과제로 뒀다.

CBDC 발행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지난 3일 한은 금융정보화추진협회는 은행권과 합심해 '은행계좌 기반 모바일 현금카드서비스(일명 한은페이)'를 내놨다. 실물 카드 없이도 은행계좌에서 직접 돈이 빠져나가는 직불결제 방식이다. 신한, 우리, 하나, SC제일은행 등 총 14개 은행과 농협·수협 중앙회가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내부 조직 변화도 추진한다. 머신러닝 등 새 연구기법의 적용방안을 연구할 실무부서인 '디지털 혁신실'을 하반기 중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을 꾀하기 위해 부총재보를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SO)로 임명해 총괄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측은 "급변한 정보통신기술을 한은의 정책운영과 내부경영 모두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를 느낀다"며 "핀테크와 디지털화폐, 지급결제 앱 등 여러 민간 부문의 여러 디지털 혁신 사례들을 모니터링하고 은행 차원에서도 신속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은이 실제로 얼마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낼 지, 이와 관련해 경제와 금융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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