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미중 갈등 영향과 우리나라 대응 방안 등을 조사했다. [이미지: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DCEP)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요소로 부각할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투데이가 13일 입수한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미중경쟁 전망 및 우리 대응방향'은 디지털 위안화 등 디지털 화폐의 국제정치적 지위와 국내 대응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외교부가 한국금융연구원에 발주한 용역 보고서다. 최근 3개월간의 용역을 마무리했다.

디지털 화폐란 금전적 가치를 전자 형태로 저장해 쓰는 화폐다. 지난 2014년 디지털 화폐 관련 연구에 나선 중국이 최근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이 단어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 화두가 됐다. 금융연구원은 디지털 화폐가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민간이 발행한 암호화폐와 리브라 같은 스테이블 코인 등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36개국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중 중국은 선전과 쑤저우, 청두, 슝안 등 지역에서 디지털 화폐 시험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의 제1목적은 자국 내 소액 현금 소비를 대체하는 것이다. 중앙 정부의 높은 강제력과 관리 강도가 뒤따르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알리·위챗페이 등의 모바일 결제의 시장 장악력을 낮출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자국민의 사용률을 높였다고 해서 중국이 국제 통화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중 경쟁의 영역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말그대로 기존 위안화 지폐와 동전의 디지털 버전이다. 디지털 위안화가 위안화의 본질적인 가치와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안화의 글로벌 지급결제 통화로서 위상이 높아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채택한 소매형 디지털 화폐는 당장은 국내 현금통화를 보완하는 목적이 강해 글로벌 통화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 노력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중국은 2015년 국제결제시스템(CIPS) 구축과 이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 등 위안화의 글로벌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지만 위상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위안화의 순위는 유로화와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캐나다 달러 다음으로 6위(1.66%)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년 전에도 6위(1.7%)였으나 오히려 비중은 0.04%포인트 축소됐다.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와 해외의 위안화 결제 수요 부족, 중국 내 자본계정 등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는 디지털 위안화 등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확산 움직임 자체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대신 법정 디지털 화폐와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의 발전 방향을 두고 세계 국가들이 신흥국 중심의 '적극 도입론'과 선진국 중심의 '신중론' 등으로 양분된 입장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략적 위안화 국제화 접근 대상 지역. [이미지: 금융연구원]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에 대해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국제결제은행(BIS)와 G20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주요 부처·기관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주요 의제를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협력 요청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경쟁 속에서 위안화 국제화의 의미가 확대되면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에 중국의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한국은 위안화 사용을 요청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기존에 위안화 직거래 체제와 청산은행이 구축된 국가이면서 중국과의 무역액이 크고 자국 통화의 국제화 수준은 낮은 국가들을 위주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위프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대중 교역액은 2845억달러 가량으로 미국과 일본, 홍콩 다음으로 많다. 이에 보고서는 원화 국제화 촉진과 무역결제 다변화 등 양자 호혜적 관점에서 중국의 협력 요청에 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위안화 직접결제 통로 등이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생긴다. 중간에서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뚜렷한 대응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를 주도한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 한중 FTA 후속협상이나 한중일 FTA 등에서 위안화 사용확대 제안이 있을 경우, 국내 참여 금융사에게 상업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중국이 먼저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미국의 제재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돈세탁과 조세회피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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