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 창립 70주년을 맞은 12일 임직원에게 보낸 창립 기념사에서 장기화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경제 위기를 관리하는 중앙은행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별도의 기념식 대신 온라인으로 공유한 기념사에서 이 총재는 "감염병 확산 억제를 위한 전세계적 봉쇄 조치로 우리 경제도 소비와 수출이 부진해 상반기 중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런 경제환경 변화는 중앙은행에게도 어느 때보다 막중한 과제를 안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적자본 축적에 의존하는 옛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되게 해 생산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하는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역할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고 정당성과 시장개입 원칙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크라이시스 파이터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여겨질 때까지는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며 필요 시에는 금리 외의 정책수단도 적절히 활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총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저물가 현상에 대비한 물가안정목표제 연구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주요국 중앙은행의 논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연구를 진척시키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CBDC 작업을 계획대로 추진해 지급결제제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중앙은행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