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도 국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분쟁에 들어갔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갈등을 빚는 것은 약 1년 동안 양사 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일, SK브로드밴드로부터 넷플릭스와 망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접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 간에 발생한 전기통신사업과 관련한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는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재정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정을 해야 하고 한 차례 9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최근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10월 기준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는 200만명으로, 2018년 2월 40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1년 8개월만에 이용자가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는 일본에 접속돼 있는 국제망 회선을 증설하는 등 투자 비용을 늘렸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트래픽 역시 증가했지만, 넷플릭스는 추가적인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몇 차례 망을 증설했지만 비용 등 문제로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에 넷플릭스에 수차례 망 이용 협상을 요청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방통위에 재정 신청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19일 SK브로드밴드 재정 신청 접수를 완료하고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에게 캐시서버 같은 오픈 커넥트 서비스의 무상 제공을 수 차례에 걸쳐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캐시서버란 기업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 두는 서비스를 말한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별도로 캐시서버를 운영할 경우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과부하 현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들과 협력하며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수차례에 걸쳐 제안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통신망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그동안 펼쳐왔다. 넷플릭스가 자체 캐시서버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동영상 서비스가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가 내야한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들의 입장이다.
 
캐시서버를 활용하면 국내 ISP들은 국제 회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 트래픽 유통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ISP에 캐시 서버를 둘 경우 국제 회선 비용은 넷플릭스가 내게 된다. 캐시서버 등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은 국내 ISP에 일방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하는 국제회선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도입한다고 해서, 넷플릭스 등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국내 망 트래픽 대가를 무조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중립적인 제3자의 위치에서 당사자 간의 협상과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분쟁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법률‧학계‧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 재정은 넷플릭스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방통위의 재정 결과가 공정거래위원회나 국회 등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방통위는 넷플릭스에 앞서 설명한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 협상 재정 신청을 알리고, 오는 27일까지 망 사용료 협상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통지했다.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당사자 한 쪽이 재정을 신청하면 성립되지만, 넷플릭스가 방통위 중재에 응하지 않아도 법상 문제는 없다”며 “넷플릭스가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면 한 쪽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객관적으로 중간자 입장에서 중재하겠다”고 전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리코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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