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앞으로 페이스북·넷플릭스 등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은 인터넷 접속 경로 변경 혹은 이용량 급증으로 접속지연과 같은 이용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SK브로드밴드나 KT, LG유플러스 등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다. 이 안에 대해 현재 CP들은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ISP들은 실효성 없는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공개됐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초안에 담겼던 CP의 ‘망 품질 유지 의무’는 빠진 것이 이번 안의 핵심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는 CP가 트래픽 경로 변경 등으로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CP가 ISP에 관련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는 5일 가이드라인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진행됐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공청회 이후 논의과정을 거쳐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확정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망 이용계약 절차·불공정행위 유형·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이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사항 수준이지만 추후 분쟁이 일어날 경우, 법리적 판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불공정 행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 (자료=방통위/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방통위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 (자료=방통위/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이날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령을 해석할때 기준이 될 수 있다. 향후 입법이 됐을 때 기초가 되는 부분”이라며 “모든 의무들이 사실 조사하기가 쉽지가 않다. 집행력의 한계가 있다. 오히려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이 분쟁이 있어 재정 신청이 들어올 때 해석 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P들은 인터넷 접속경로 변경 혹은 이용량 급증으로 접속지연 등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할 경우, ISP들에게 사전적으로 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말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 경로를 바꿔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는데 미리 ISP에 정보를 제공하게 해서 접속 지연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초안의 경우 CP의 품질 의무 때문에 CP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판단하고 방통위가 나름 중재안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용계약 당사자가 다른 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인터넷망 이용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는 금지된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이면계약을 요구하는 등 상대방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불공정행위로 간주된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 내용만 수용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거부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제 3자와의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이용계약 당사자가 제 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등도 불공정행위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가이드라인에는 망 이용계약 요청은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과 전송용량·이용기간 등이 계약서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가이드라인은 시행일 기준 매 3년이 되는 시점에서 검토해 개선할 예정이다. 
 
반상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망 이용계약은 자율협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업자간 논란과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됐다”며 “글로벌 CP의 경우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사실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집행력의 한계는 본질적인 한계이고 가이드라인을 글로벌 CP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적으로 사업자간의 대가부분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직접적 개입은 없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백연식 기자)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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