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해 M&A(인수합병)에 뛰어든 대형 매물들이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성적을 거둬들였다. 물망에 오른 대기업들이 매각 초기부터 불참 의사를 밝히거나 막판 본입찰에서 발을 빼면서다. 업황이 둔화세인 데다 국내외 경기가 불투명해 인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이 성사되기까지 굴곡이 많았던 기업으로 꼽힌다.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14일 HDC그룹 측은 전략기획 전문가 등을 앞세워 인수준비단을 꾸렸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인수절차를 끝내겠단 계획이다.

HDC 본사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삼성동 소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애초에 시장에서 점쳐졌던 인수후보군은 SK와 한화, 신세계 등이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은 틈틈이 인수 필요성을 부인해 온 데다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인수전에서 거론됐던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 분석을 한 결과 보유 항공기 90대 중 60대 가량이 노화된 상태라 인수 시 떠안게 될 추가 부채가 많다고 판단됐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장기노선은 대한항공에 밀리고 단기노선은 저비용항공사에 밀리는 상황인데 적자 노선의 운항을 접지 않고 높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은 게 이해 안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업 상 접점도 없고 고려한 적도 없는데 언급돼서 곤란했다"면서 "재무력과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이 기업이 인수했으면 좋겠다 싶은 곳들을 채권자와 정부 등의 차원에서 늘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중구 소재 웅진코웨이 본사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달 일단락된 '2조원 규모' 웅진코웨이의 매각전도 시들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난 7월 예비입찰엔 불참했던 게임회사 넷마블이 본입찰 때 깜짝 등장하면서 '흥행 참패'라는 수식어는 피했다. 앞서 10월 14일 웅진그룹의 자회사인 웅진씽크빅은 이사회를 열고 웅진코웨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했다.

웅진코웨이의 본입찰엔 넷마블과 중국 하이얼컨소시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 등 3곳이 이름을 올렸다. 예비입찰에선 국내 전략적투자자인 SK네트웍스 등 총 10곳이 참여했던 데 비해 범위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당시 SK네트웍스는 인수 의사 철회를 두고 "실사 과정에서 웅진코웨이에 대한 실질 지배력 확보 여부가 예상한 것보다 더 불확실한 것 같아 포기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 초기부터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LG전자와 롯데, 현대백화점, CJ, GS 등이 입찰 전 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흥행 부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업황도 안 좋고 업계 대부분이 경영환경 악화에 공감하다보니 무리한 외형 확장보단 보수적인 현금창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면서 "자사도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불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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