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SK네트웍스와 주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의 불참으로 안갯속을 헤매던 웅진코웨이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게임사 넷마블이 깜짝 등장하면서다. 렌털업계 1위 기업을 이끌어갈 새 주인으로 넷마블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매각 무산의 우려가 해소됐단 반응이 나오는 한편, 양사가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전날 웅진씽크빅이 가진 웅진코웨이 지분 25.08%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했다. 넷마블은 인수가격으로 1조8300억원 가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렌털 1위 웅진코웨이 인수로 600조 '구독경제' 시장 선점 복안

같은날 진행된 지분인수 관련 콘퍼런스콜 기업설명회(IR)에서 넷마블은 "자사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실물 구독경제 시장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비(非)게임사인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자금 조달은 별도의 차입 없이 보유 중인 자체 현금을 통해서만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중구 소재 웅진코웨이 본사.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중구 소재 웅진코웨이 본사. (사진=신민경 기자)

다만 향후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뒤 기존 사업에 흡수시킬 것인지, 별도 운영해 나갈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기업실사(회사를 인수하기 전 해당 기업의 재무와 경영상태를 조사하는 절차)를 끝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넷마블 관계자는 "본입찰 전에 실사를 했고 국내시장 외에도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서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아직 우선협상자 지위만 획득한 단계라 운영방식을 섣불리 논할 순 없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 기술적 결함 채운다면 스마트홈 시장 충분히 접수"

넷마블은 웅진코웨이를 통해 실물 구독경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단 복안이다. 구독경제는 개인이나 가구 단위가 정기적으로 사용료를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 추정치에 의하면 해외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에 있어 오는 2020년엔 약 600조원을 웃돌게 된다. 국내의 렌털 시장 규모도 2020년 들어 10조7000억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총 계정수 701만개를 가진 웅진코웨이의 렌털 모델이 넷마블의 IT기술과 결합 땐 '스마트홈 구독경제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단 게 넷마블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도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렌털기업 인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사진=넷마블 제공)
(사진=넷마블 제공)

심재연 게임학회 이사는 "넷마블이 엔터테인먼트사인 빅히트에 2000억을 투자해 지난 6월 게임 BTS월드를 낸 것처럼 렌털과도 연결고리를 찾기위해 강구할 것"이라면서 "게임업계에서도 렌털 개념을 활용한 '클라우드 게임(게임을 서버에 저장한 뒤 이종 단말기에서 즉각적으로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게 한 서비스)'이 득세하고 있다"고 했다. 심 이사는 또 "게임은 최신 IT기술의 집약체와 같다"며 "넷마블이 웅진코웨이의 기술적 결함을 채운다면 스마트홈 시장을 충분히 접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A(인수합병) 전문가인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SK의 경우도 본래 섬유업체로 시작했지만 에너지와 정보통신 등 사업을 다각화해 재계 2위로 올라섰지 않냐"면서 "넷마블은 사업 다각화의 터닝포인트로 렌털과 클라우드 기술의 결합을 꾀하는 듯하다"고 했다.

게임사가 '2만 코디' 이끌 수 있을까...시너지 효과엔 '물음표'

반면 일부에선 넷마블이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사업 운영상황이 종전과 다를 바 없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가구 중심의 렌털사업을 전개해 본 적 없는 넷마블이 웅진코웨이의 방문판매 조직인 '코디' 2만여명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넷마블이 가전렌털 사업에서 광고효과를 누리는 것 이상의 시너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게임 사업은 개인 중심인 데다 주력 연령층이 20~40대 남성인데 가전렌털은 주로 가구 중심이고 소비자가 여성에 더 기울어져 있다"면서 양사의 시너지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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