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경영권 승계를 목전에 둔 CJ그룹이 자회사들의 잇단 악재 소식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비자 평판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내놓은 '브랜드평판 11월 빅데이터'에서 CJ그룹은 대기업 60여곳 가운데 3계단 내린 15위에 올랐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소통지수와 커뮤니티 언급 정도 등을 종합한 결과 전달보다 브랜드평판지수가 50.41%만큼 떨어졌다. 지난 8월부터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는 CJ가 이번에도 반등에 실패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CJ가 '부패기업' 낙인으로 이미지 실추에 시달리는 것은 자회사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잡음 때문이다.

CJ ENM의 엠넷이 문자투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빈축을 샀다. (이미지=엠넷)

엔터테인먼트업종 계열사인 CJ ENM이 운영하는 엠넷은 문자투표를 조작해 거센 비난 여론에 부닥쳤다. 이로써 지난 14일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의 제작진 2명이 관련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프로그램을 지휘했던 안준영 PD는 아이즈원과 엑스원을 배출한 시즌 3과 4에서 투표를 조작했다고 시인했으며 시즌1과 2에 대해서도 일부 혐의를 인정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안 PD는 지난해부터 40여차례에 걸쳐 연예 기획사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접대는 주로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이뤄졌으며 총액이 1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부문 핵심 계열사인 CJ대한통운 안팎은 노동조합원들의 항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하다. '특수고용노동직종'으로 분류돼 온 택배기사를 회사에 대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등을 보장받는 노동자로 인정한 판결이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서울 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은 뒤 택배연대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발언 중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모습. (사진=택배연대노조 제공)
지난 15일 서울 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은 뒤 택배연대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발언 중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모습. (사진=택배연대노조 제공)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전국택배연대노조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한 결정을 거둬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택배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재 택배노조는 이같은 판결을 근거로 사측을 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이 있은 뒤 택배노조는 성명문을 내고 "회사는 그간 기사들의 근로자성을 무시하며 물량을 빼돌리고 생활물류서비스법의 통과를 막는 등 부패 활동을 이어왔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회사와 대리점주들이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장 자회사인 올리브영도 매각 소문으로 내홍을 겪었다. 최근 일부 언론이 그룹 사업의 구조조정과 승계 재원 마련 등의 차원에서 CJ가 올리브영을 사모펀드에 팔 것이란 보도를 내놨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맏딸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올리브영의 주식 25% 가량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공개를 통해 지주자 지분 확보를 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이다. 다만 CJ 측은 최근 해명공시를 내고 "올리브영의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선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는 H&B부문(올리브영)과 IT부문 등 둘로 인적 분할됐다. (사진=신민경 기자)
최근 올리브영은 지분 매각설에 휩싸였다. (사진=신민경 기자)

오너 일가 자제도 이같은 줄 악재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 부장은 지난달 1일 전자담배로 대마 흡입이 가능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와 대마 성분 사탕·젤리 170여개를 항공화물 속에 숨겨 밀반입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지난달 24일 공판에서 이 부장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장은 최근 지주사 지분 2.8% 가량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 CJ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를 H&B부문(올리브영)과 IT부문 등 둘로 인적 분할한 뒤 IT부문만 떼내 지주사로 편입하면서다. 지분 획득 등의 절차를 밟으며 차기 후계자로 대두됐던 이 부장은 마약 사건으로 승계가 불투명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몸집이 큰 계열사를 여럿 두고 있는 기업은 악재와 호재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CJ가 그간 개별 회사들을 합치고 쪼개는 등 외형 확장에 몰두했다면 지금으로선 기존 계열사들의 평판 회복과 수익성 개선에 힘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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