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 웅진코웨이 소속 코디·코닥과 CS닥터는 자신들을 이렇게 부른다. 코닥과 코디는 코웨이닥터와 코웨이레이디의 줄임말로 방문판매(방판)를 하는 남녀 인력을 뜻한다. CS닥터는 제품 설치·수리 담당 기사다.

지난달 렌털업계 1위 웅진코웨이를 두고 2조원이 오가는 대형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들은 밀실에 갇힌 듯 매각 과정에선 쏙 빠졌다. 회사가 매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던 것은 2만여 가구를 드나드는 방판 조직의 경쟁력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노동가치 제공자인 이들은 회사로부터 금전적·정신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20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20여명이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웅진코웨이 본사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아침 일찍 나서 소비자들 집을 전전하다 밤 9시가 다 돼서야 집에 복귀한다. 매각 소음 때문에 제품 팔긴 더 어려웠는데 회사는 매출 목표값을 높여가며 고삐를 죄었다. 몸이 성한 데 없지만 업무 해약될까봐 쉬지도 못했다."

코디 경력 5년차인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방문판매서비스지부 수석지부장의 하소연이다. 20일 오전 김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20여명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고용노동청 본청 앞에 모여 'CS닥터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 특별근로감독 촉구 및 코디 부당대우 중단과 권리보장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도천 노조 공동위원장은 "코디들은 직영사업소의 영업수당에 한참 못 미치는 수당을 받는 등 불리한 영업 여건에 놓여 있으며 소비자가 렌털료를 연체하면 마감일엔 대신 수납을 마쳐야 한다"면서 "장기근속자를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하게 하는 회사가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사진=시민경 기자)
20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20여명이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체감온도가 영하 5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도 조합원들은 웅진코웨이를 향한 폭로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서도 무게는 'CS닥터의 퇴직금 미지급 사안'에 실렸다.

앞서 지난 6월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는 CS닥터 130여명이 웅진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관련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회사가 CS닥터들의 근무시간과 장소를 임의로 정했고 업무 수행을 상당 부분 지휘해왔단 점에서 양측의 노사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CS닥터들은 위임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입장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서 CS닥터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웅진코웨이는 퇴직금과 주휴·연차·연장근로수당 등 총 60억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로써 CS닥터들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라는 족쇄를 벗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회사로부터 시간 외 근무수당과 유급주휴 등을 받은 이는 없다. 조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웅진코웨이는 법원 판결을 묵과한 근로기준법 위반자나 다름 없다"면서 "CS닥터와 코디들을 공식적인 근로자로 받아들이고 금전적인 보상을 비롯해 각종 산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테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사측은 원론적인 입장만 펴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판결이 있은 뒤 이를 반영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코웨이 관계자는 "당사는 코디, CS닥터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빠른 해결안을 내고자 노력 중이다"면서 "앞으로도 상생하는 노사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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