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가 5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신형 익스플로러 출시 행사를 가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017~2018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익스플로러는 이번에 6세대 모델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지난 1월초 북미에서 공개돼 국내 출시까지 11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북미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시장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출시됐다.

이 때문인지 포드코리아측도 신형 익스플로러의 국내 출시행사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입구부터 ‘인생의 모험을 위해 만든 차’라는 컨셉트로 차고 한 켠처럼 꾸민 부스가 참석자들을 맞이했고, 루프캐리어와 카약을 지붕에 올려 아웃도어 감성 물씬한 신차도 전시했다.

신형 포드 익스플로러 신차발표회 현장에 마련된 VR 체험 기기
신형 포드 익스플로러 신차발표회 현장에 마련된 VR 체험 기기

건물 안쪽 벽에 프로젝션을 이용해 영상을 비춘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신차 발표무대 앞에 마련된 참석자들 자리마다 VR 기기가 놓여있어 놀랐다. 행사장 한 켠에 VR 체험 코너를 마련한 경우는 있었지만, 신차 소개를 앞두고 모든 참석자 자리에 VR 기기를 비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VR 콘텐츠와 운영방식이다. 포드코리아 홍보총괄 노선희 상무, 정재희 대표이사의 인사말에 이어 제품교육을 담당하는 김병희 차장이 무대에 올라 신차의 세부 내용을 소개했다. 이때까지 참석자들은 맨눈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그런데 갑자기 VR 순서가 됐다.

VR을 이용해 제품 소개를 이어갈 테니 장비를 착용하라는 진행자 말에 참석자들은 우왕좌왕했다. 기기를 머리에 쓰기 전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기기에 끼워야 했는데, 안경이나 스마트폰 케이스가 거치적거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스마트폰에 QR코드를 인식시켜서 해당 VR 콘텐츠가 있는 유튜브 URL에 접속해야 했다. 원활한 재생을 위해서는 행사장내에 마련된 와이파이를 입력해야 하고 유튜브 앱도 설치해야 했다.

신형 포드 익스플로러 신차발표회 VR 제품소개 순서
신형 포드 익스플로러 신차발표회 VR 제품소개 순서

이런 사달(?)이 날것을 미리 알았거나 일련의 과정이 전혀 낯설지가 않아서 일사천리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해도 자신만 먼저 플레이를 해선 안 됐다. 진행자 신호에 맞춰 동시에 콘텐츠 재생을 시작해야 무대 위 김차장이 장내 스피커로 해주는 설명과 VR 화면의 ‘싱크’가 맞기 때문이다. 즉, 신호에 따라 재생 버튼을 누르고 기기에 스마트폰을 넣은 뒤 머리에 착용해야 화면과 설명이 따로 노는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유튜브 앱에서 VR 모드를 선택해 VR 기기에 적합한 분할 화면을 만드는 절차까지 제대로 수행한 이들이 몇이나 됐을까? 일대 혼란이 지나가고 VR 제품설명이 시작된 뒤 주위를 둘러보니 기기를 머리에 쓰긴커녕 눈앞에 대고 있는 이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포드코리아의 신형 익스플로러 소개 VR 콘텐츠
포드코리아의 신형 익스플로러 소개 VR 콘텐츠

그도 그럴 것이, 기기 준비와 착용에 따른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VR 콘텐츠 내용이 부실했다. 무대 앞 대형 화면으로 보여줬으면 될 2D 동영상(기능 설명)을 가상의 공간 속 평면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도 ‘가상의 공간’은 꼼꼼히 살피기가 겁날 정도로 조악한 3D 그래픽 수준을 보였다. 백 번 양보해도 2020년형 신차를 소개하기 위한 자료로는 맞지 않았다. 급조한 티가 역력했다.

포드코리아의 신형 익스플로러 소개 VR 콘텐츠
포드코리아의 신형 익스플로러 소개 VR 콘텐츠

포드코리아는 어쩌다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마침 포드가 북미에서 선도적인 VR 체험을 선보였다. 최근 포드는 스타트업 홀로라이드(Holoride) 및 영화사 유니버셜 픽처스와 제휴해 주행중인 자동차(신형 익스플로러)에 탑승한 채로 즐길 수 있는 VR 체험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차의 조향과 가속, 제동 등 움직임과 이동경로에 맞춰 VR을 조절해 체험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홀로라이드가 포드, 유니버설 픽쳐스와 만든 차내 VR 체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홀로라이드'
포드가 홀로라이드, 유니버설 픽쳐스와 만든 차내 VR 체험

포드가 북미에서 신형 익스플로러 홍보를 겸해 선보인 VR 콘텐츠의 완성도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포드코리아가 보여준 VR 체험의 실망감보단 나으리라 생각한다. VR이건 AR이건, 아무리 각광받는 신기술이라 해도 적시적소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기존 기술을 쓴 것보다 나은 효과는커녕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포드코리아가 잘 보여줬다.

이번 신차 출시 행사는 시간대를 나눠 기자들은 물론 인플루언서 등 많은 이들이 참가해 경험하도록 준비됐다. 이처럼 미비한 콘텐츠는 신제품 자체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VR 기술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낳고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신형 포드 익스플로러의 VR 제품설명이 끝난 후 “4차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시연이었다”는 진행자 멘트에 허탈한 쓴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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