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 IPTV 경쟁사들이 케이블TV M&A를 추진하면서 가입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KT는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사후 규제 이슈로 딜라이브 등 다른 케이블TV 인수를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분할 및 푹과의 합병을 통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KT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런 가운데, KT는 자사 IPTV인 ‘올레tv’의 본연의 경쟁력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해 홈미디어의 ‘개인화’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KT 등 IPTV사업자는 가구 단위 콘텐츠 소비 형태가 핸드폰과 TV 개인화 등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송 플랫폼을 어떻게 진화시킬 지 고민해서 고도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KT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했다. KT는 미디어 이용행태가 개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데 맞춰 ▲IPTV를 VR로 구현한 색다른 나만의 TV ‘슈퍼 VR tv’ ▲내 마음대로 이동이 가능한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올레 tv UHD Ⅳ(이하 UHD 4)’ ▲나를 위한 콘텐츠 추천 ‘AI 큐레이션’을 공개하며, 올레 tv가 ‘나만을 위한 TV’, 즉 개인화를 강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은 “최근 1인가구의 증가는 곧 IPTV의 잠재 고객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동안의 시장 우려와 달리 올레tv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은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나섰고 유료방송 가입자는 포화상태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기회가 있다. 그 해답이 바로 ‘개인화’”라고 덧붙였다.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색다른 나만의 TV ‘슈퍼 VR tv’와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 4’를 소개하며, “KT는 지속적인 IPTV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확장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동반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KT)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색다른 나만의 TV ‘슈퍼 VR tv’와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 4’를 소개하며, “KT는 지속적인 IPTV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확장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동반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KT)

KT는 정체된 IPTV에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바로 ‘개인화된 홈미디어’ 시장이다. 구 사장은 “지금까지 TV는 거실에서 가족과 보는 것이었다면 이젠 각자 방에서 개인화된 형태로 미디어 소비를 한다”면서 “홈미디어인 IPTV도 개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제는 1인 가구가 주된 주거형태다. 1인 가구는 이미 2018년 29%에 달하고 2인가구까지 하면 50%가 넘는다. 2020년에는 3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IPTV 잠재 고객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KT는 IPTV에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한다고 강조했다. 송재호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 전무는 “VR 사업을 1년 넘게 하면서 고객 이용시간의 20%가 게임이고 나머지 80%가 방송과 VOD임을 확인했다”면서 “해외에서 VR을 주로 게임에 국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영상이 VR의 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KT는 AI 기반 추천 서비스인 ‘AI 큐레이션’도 선보인다. 사용자의 시청 이력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특이점은 홈미디어인 IPTV에서 최대 3개의 개인 계정을 만들어 구성원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송재호 전무는 “많은 미디어 플랫폼이 이용자 맞춤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면서 “KT는 820만명 가입자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VOD뿐만 아니라 실시간 채널과 모바일 시청 이력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더 정교한 한국형 AI 큐레이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T가 선보인 UHD4 셋톱박스와 AI 큐레이션은 이미 OTT 등에서 나와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차별화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UHD4 셋톱박스의 경우 TV에 직접 연결해 숨겨놓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개선했으나 이미 OTT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OTT 모듈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UHD4는 셋톱박스인데, 이를 사용하려면 IPTV 요금제 가입에 기존 셋톱을 교체하거나 신규 가입해야 한다. 또한 추가 설치를 위해서는 회선을 구매해야 한다.

AI 큐레이션 역시 기존에 나와있는 OTT가 제공하는 추천 시스템과 비슷하다. 가구 인원에 맞춰 계정별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은 한 계정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된 서비스들이 OTT에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IPTV 사업 말고도 KT의 신규 OTT 서비스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현재 KT는 올레tv 모바일을 개편한 ‘시리얼’을 준비 중이다. 원래 ‘시리얼’은 지난 달 10일 출시 예정이었지만 미뤄진 상태다. 철저한 론칭 준비 없이 티저 광고만 서둘러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은 “IPTV와 OTT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연초부터 OTT 전략을 준비해왔는데, 이달 안에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비롯한 다양한 전략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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