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잘 만든 CF 하나'가 장수 식품의 회춘(回春)을 돕고 있다. 유통업계에 속속 퍼져 있는 장수 식품들은 통상 별도의 광고가 필요 없을 만큼 대중의 인식에 박혀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계에선 젊은 세대를 겨냥해 제품 브랜드를 새롭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입소문과 구매 주체인 소비자들이 텔레비전 광고보다 온라인 채널 광고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서다. 이들을 겨냥해 만든 새 광고는 해당 브랜드의 평판에 변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최근 배우 조정석과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을 필두로 새로운 동원참치 CF를 선뵀다. 광고에서 조정석과 손나은은 '참치, 이건 맛의 대참치'란 구절을 반복한다. 배경음악에 맞춰 표정연기와 율동을 하기도 한다. 광고는 상추쌈밥과 샐러드, 미역국, 볶음밥 등 참치를 넣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을 설명한다.

(이미지=동원F&B)
(이미지=동원F&B)

이 광고가 온라인에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중독성 있는 '훅 송'(같은 가사가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는 노래)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해당 광고가 게시된 유튜브 계정엔 "광고 보려고 직접 검색해서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 "도저히 못 헤어나오겠다" "앞으로 자면서 듣겠다" 등 갖은 댓글이 달렸다. 이 광고는 공개 한 달만에 조회수 2000만회를 기록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채널에서 공개된 국내 CF들 가운데 누적 조회수 1위를 했다.

동원참치는 지난 1982년 참치캔으로 처음 출시돼 올해 38돌을 맞았다. 동원F&B는 자사 참치제품이 젊은 세대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를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장수제품'의 이미지에서 찾은 듯하다. 능청스런 연기와 표정으로 전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는 조정석 등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때문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우리 제품의 특성상 광고의 열띤 반응과 매출 성장세가 긴밀히 연결되진 않는다"면서도 "업계 안팎에서 이번 광고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농심의 경우 축구선수 손흥민과 모델 계약을 맺고 지난달 중순께 '신라면' CF를 선뵀다. TV와 유튜브를 통해서다. 지난 1986년 처음 시장에 나온 신라면은 출시와 동시에 '매운 라면'의 지평을 열었고 현재 국내 라면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 중이다. 해당 광고에서 손흥민은 "한국의 매운 맛, 세계에 보여줘야죠" "세계를 울리는 농심 신라면" 등의 대사를 한다. 농심이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 손흥민을 통해 '한국의 매운맛'을 상징하는 신라면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읽힌다.

(이미지=버거킹)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연간 7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른바 '국민라면'으로 많은 이들의 매운맛 사랑으로 이젠 '글로벌 라면'이 됐다"면서 "국내외 팬들로부터 고른 신뢰와 관심을 받고 있는 손흥민 선수 덕에 브랜드 인지도가 한층 견고해졌다"고 했다. 현재 손흥민이 출연한 신라면 광고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약 50만회 조회됐다.

1984년 국내에 첫 매장을 연 '버거킹'은 지난해 10월 매장의 인기 버거세트를 종일 4900원에 파는 판촉행사(프로모션) '올데이킹'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지난 드라마 '야인시대' 속 김두한 역할을 한 바 있는 배우 김영철이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광고에서 김영철은 연신 '4달러'를 외치며 매장 직원과 협상한다. 과거 드라마와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을 엮은 재밌는 발상에 사람들은 광고의 일부를 '짤방(주요한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서 공유했다.

4900원이 4달러와 비슷하단 점에서 착안한 광고인 만큼 소비자들에게도 '버거킹 올데이킹'의 가격 경쟁력이 인지됐다. 40년을 밑도는 장수기업임에도 이렇다할 프로모션이 없었던 버거킹이 CF를 통해 브랜드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광고는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기록했다. 프로모션 진행 9개월만의 성과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수제품은 기존 소비자가 탄탄한 매출을 보장해 주고 있어 오히려 '제품 크기·형태 변경'과 '혁신적 광고' 등의 시도들을 하기 편하다"면서 "점유율만 믿고 브랜드 리뉴얼을 꾀하지 않으면 장수 식품이라 할지라도 1020세대로부터 잊혀질 수 있기 때문에 세대 소통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