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오랜 기간 식품시장을 주름 잡아온 업계 절대강자들의 명성에 빛이 바래고 있다. 불공정 행위와 비위생, 가격 등과 관련한 잇단 구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선두 자리를 지키고자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소비자로선 질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누리게 되고 후순위 업체들로선 앞선 1위 기업의 사례를 정면교사 삼을 수 있단 분석이 따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분유시장 점유율 1위 남양유업은 최근 공식채널인 뉴스룸을 열었다. 회사를 둘러싼 가짜뉴스와 악성루머에 대해 적극 해명하기 위해서다. 뉴스룸엔 일명 '진심을 담은 스토리'와 '진심을 담은 영상' 등을 주기적으로 게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강동지역 대리점주인 오남철씨와 중앙연구소 연구원인 임수민씨 등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가 있다. 일명 '대리점 갑질' 논란이 있은 뒤 본사가 투명한 주문시스템을 만들었고 연구소 직원들에 대한 본사의 처우도 개선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남양유업이 지난 10일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오해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공식채널인 뉴스룸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는 6년간 달고 다닌 '갑질 기업' 꼬리표를 떼기 위한 행보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은 일부 대리점주에 감당이 어려울 만큼의 물품들을 떠넘겨 강매를 유도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이 혐의로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감을 전후로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측이 갑질관행 지속 의혹을 제기해 재차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근 글로벌 프랜차이즈 1위인 맥도날드는 내년 한 해 동안 음식점 위생등급제 인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비위생과 햄버거병 발병 등과 관련한 논란을 벗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는 식약처에 자율적으로 위생등급 평가를 신청하고 평가 점수에 따라 '매우 우수', '우수', 좋음' 등 3단계 중에서 등급을 받는다.

지난달 19일에는 '주방 공개의 날'을 열어 전국 매장 310곳에서 식품 조리 공정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소비자 1600여명이 모여 원재료의 보관과 관리 과정, 주방 내부의 위생 상태 등을 확인했다.

맥도날드 직원이 지난달 19일 상단 218도와 하단 176도 이상으로 설정된 그릴을 사용해 패티를 조리하고 있다. (사진=맥도날드 제공)

최근 맥도날드는 '덜 익은 패티와 곰팡이 핀 토마토를 사용한다'는 내부 직원의 제보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도마에 올랐다. 그보다 앞선 2016년 9월에는 해피밀 세트를 먹은 뒤 일명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어린이 측과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치킨전문점 1위 교촌치킨은 지난 9일 진행된 소비자 종합만족도 조사에서 꼴찌를 해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맹점수 기준 상위 프랜차이즈 사업자 8곳(BBQ·BHC·교촌치킨·굽네치킨·네네치킨·처갓집양념치킨·페리카나·호식이두마리치킨)을 조사한 결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은 교촌치킨이었다. 종합 순위 1등은 페리카나였다. 교촌치킨은 음식맛 부문을 제외하고는 서비스 품질과 가격 등 나머지 항목에선 최하점을 받았다. 맛은 있지만 가격에 비해 양이 적단 얘기다.

교촌치킨이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사업자 8곳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사진은 교촌허니순살 제품. (이미지=교촌치킨 홈페이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교촌치킨은 변화를 꾀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가격상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교촌치킨은 "이번 서비스 조사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양질의 음식과 배달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본사와 가맹점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1위 업체의 시정 노력이 후순위 업체들과 후발주자에겐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단 시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가 익히 공유하고 있는 '만년 1위 기업'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잘못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면서 "구설에 오른 선두 기업들이 총대를 메고 바람직한 업계 표준을 만든다면 나머지 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권리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기업의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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