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00만명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유튜브를 통해서다. 다만 일부에서는 다양한 요리법들 가운데서 취사선택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백종원 평준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튜브도 결국 백 대표의 손바닥 안이었다. 지난달 11일 유튜브 계정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열어 영상 8개를 올렸고 3일 만에 구독자수 100만을 넘겼다. 개설 3주째 되는 지난 2일에 200만명을 기록했고 4일 오후 5시 기준으로는 204만명을 이미 웃돌고 있다. 현재까지 올라온 영상 22개 가운데 요리 과정을 알려주는 영상들은 200~3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제육볶음 100인분 만들기'를 주제로 한 영상은 무려 423만명이 봤다. 이는 사드 보복 이전인 지난 2016년 1월부터 4월까지 인천공항을 드나든 중국 지역 여객수 426만명과도 맞먹는 수치다.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 캡처.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 캡처.

백 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인터넷 상에 '백종원의 XXX'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가짜 요리법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한식의 세계화 과정에서 한식 레시피가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해외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현지 재료로도 한식의 맛을 낼 수 있도록 해 원가절감과 효과적인 현지 정착을 도우려는 것이다. 

정형화된 한식 레시피를 향한 백 대표의 열정은 시청자들의 철통 같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 누리꾼들은 "골목식당에서 밑반찬 가게 사장들 모습보고 도움 되라고 100인분 음식 영상 올리나보다", "원룸 자취생인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집밥이 그리웠는데 이 채널 덕분에 좋다", "자막과 편집이 좋아서 텔레비전 방송 보는 것 같다" 등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다만 백 대표는 구독자들이 많아지자 영상에서 자사 브랜드를 가감 없이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매출 1776억원을 낸 중견기업 더본코리아의 수장으로 한신포차와 새마을식당, 빽다방, 홍콩반점 등 브랜드 20여개를 운영 중이다. 영상 내용과 브랜드의 사업군이 겹치다보니 요리 시연 중에도 백 대표는 자사 브랜드 매장의 방문을 유도하는 발언을 종종 했다.

(사진=LG전자 제공)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LG전자)

가령 '감자샐러드 100인분 만들기'란 주제의 영상의 경우 감자샐러드 활용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빵에다 넣으면 빽다방의 사라다빵(이 된다)"고 하는 식이다. 같은 영상 말미에서도 빵 속에 샐러드를 넣으며 "빽다방에 가시면 (사라다빵이) 있습니다"고 언급했다. '만능양파볶음 소분 및 보관하기'의 제목을 단 영상에서는 빽다방 로고가 크게 박힌 머그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일할 때에는 커피 한 잔이 최고죠, 이런 로고 있는 커피"라고 말했다. 또 '만능양파볶음 활용 첫번째: 양파게티'의 영상에선 "근데 짜장은 사 먹는 게 맛있어요. 나가서 사드세요. 홍콩반점이라고"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 게시'가 백 대표에게는 본업인 외식사업의 연장선으로 이어가는 활동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채널 개설 3일 만에 대표 '요리 유튜버'가 된 백 대표의 행보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요리분야 전업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백 대표가 기성 유튜브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을 우려한다. 그가 '골목식당'과 '한식대첩' 등 방송프로그램 여럿에 출연하고 '백종원의 식당 조리비책' 등 요리책 10여권을 내는 등 이름 석자만으로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자랑해서다. 

활자보다 영상에 친숙한 세대가 늘고 있는 만큼 요리 또한 유튜브로 학습하려는 이들이 많다. 소비자 입맛의 '백종원 레시피 평준화'가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많은 요리법 영상 가운데 의지를 갖고 취사선택하는 게 아니라 인지도와 신뢰 등에 의해 백 대표의 영상만 보게 될 공산이 커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무후무한 황소개구리의 등장으로 요리분야 유튜버의 신규 유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 대표가 유튜브 입성을 통해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요리법의 '평준화'는 이룰 수 있어도 '다양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다만 서 교수는 "백 대표가 1인 가구가 생활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는 경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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