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봄내음-봄나물-우리맛 위크...샘표 '우리맛 공간'을 가다
[르포] 봄내음-봄나물-우리맛 위크...샘표 '우리맛 공간'을 가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4.0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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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맛있고 건강한 우리맛' 찾는 곳...'우리맛 새 솔루션' 제시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난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샘표식품 본사 1층 소재 '우리맛 공간'을 찾았다. 충무로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역 이름이 영 입에 붙지 않았던 기자는 '옳다구나'하며 수첩 속 지하철노선도에 있는 '충무로역' 옆에 괄호를 붙여 '샘표역'이라고 적었다. '길찾기 앱' 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회사 건물이 하나 늘었다. 길눈이 어두운 기자로서는 큰 수확이다. 주말 아침부터 취재 길에 나서며 품었던 불만은 금방 흐뭇한 기분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 개장한 '우리맛 공간'에선 '쉽고 맛있고 건강한 우리맛'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 주로 식재료와 조리법, 양념 등 요소들의 조합과 개발에 집중한다. 요리수업 운영에 국한한 여타 식품기업들과 달리 이곳은 소비자 식문화 개선과 관련된 갖은 행사들을 진행한다. 우리맛 연구내용과 결과를 발표하고 체험하는 '우리맛 미식회'와 요리사와 식문화 관계자 등과 정보 교류하는 '우리맛 특강', 미식 동향을 공유하는 '팝업 레스토랑' 등이 대표적 예다. 이곳이 소비자들에게 개방형 식문화 공간으로 간주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스크와 에어펌프를 활용해 나물 고유의 향을 맡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플라스크와 에어펌프를 활용해 돌나물 고유의 향을 맡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이번엔 연구진이 '샘표 우리맛 위크'를 준비했다. 주제는 봄나물이다. 행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일까지 4일간 전개한다. 이 가운데 30일부터 이달 1일 오전까지는 봄나물 종류와 개별 특징, 조리법, 식문화 등을 직접 익힐 수 있는 체험전시가 열렸다.

이번 행사를 위해 샘표 우리맛 전문연구원 22명이 234일 동안 봄나물과 관련해 인문학 조사와 산지 연구, 과학 분석 등을 진행했다. 또 요리사와 사찰음식 전문가, 조리과학 전문가 등 국내외 분야별 전문가 14명도 힘을 보탰다. 연구기간 동안 사용된 봄나물의 양이 자그마치 430kg이란다. 올해 1월 통계청은 지난해 쌀과 기타 양곡을 포함한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이 69.5kg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들은 한 사람이 1년간 먹는 양곡량의 여섯 곱절을 웃도는 수준의 나물들을 단 8개월 동안 해치운 것이다. 이들의 노고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먼저 봄나물 15종이 지닌 맛과 향을 느끼고 이해하는 '봄나물 향미(香味)로드 맵'이란 프로그램으로 몸풀기를 했다. 향미분석기와 연구진의 진단이 적힌 향미카드와 향미맵이 각 나물 곁에 전시된다. 돌나물, 비름, 참나물, 참두릅, 세발나물, 냉이, 방풍, 원추리, 참취, 곰취, 명이, 달래, 쑥, 머위잎, 씀바귀가 각각 작은 개별 식탁 위에 진열돼 있었다. 핀셋으로 집어 맛을 보게 했다. 동시에, 둥근바닥 플라스크(화학 실험용 유리병) 안에 담긴 찧거나 빻은 나물의 향을 에어펌프를 통해 맡을 수 있었다. 나물을 두고 쌉싸래한 맛을 내는 찬거리 정도로 정의했던 지난날이 무색할 만큼 개별 나물들의 향이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냈다. 맛을 알고 있어 이미 친숙한 나물의 경우에도, 꼭꼭 씹어서 혀에서 느끼는 맛과 플라스크 위 깔때기에 코를 갖다 대 맡은 향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항암효능으로 잘 알려진 '씀바귀'의 맛은 예상대로 썼다. 하지만 아삭아삭 씹을수록 씹을수록 입 안에서 수삼과 삶은 감자껍질 특휴의 단내가 돌았다. 목넘김 땐 산뜻한 흙향도 옅게 퍼졌다. 냉이된장국 덕에 익숙한 '냉이'의 경우 알싸한 매운맛이 주를 이뤄 감칠맛이 났다. 향은 부위별로 달랐다. 잎에선 기본적인 풀내음과 더불어 고추냉이와 겨자 향이 난 반면, 뿌리 쪽에선 옥수수 수염과 보리차 등의 구수한 풍미가 은은하게 올라온다. 이름부터 생소했던 '세발나물'은 베어 물 때의 소리가 예뻤다. 짭조름한 맛이 났다. 전체적으로 바다 짠내와 이온음료 향이 났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김용택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과를 본 적 없어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오래 바라보면서, 사과의 그림자도 관찰하고, 이리저리 만지고 뒤집어 보고, 한 입 베어 물기도 하고…그게 진짜로 보는 거예요."

보리밥, 비빔밥, 샐러드 등 어떤 요리로든 매일 나물을 접해왔지만 이들 고유의 향과 맛엔 무심했다. 김용택 시인 말대로라면 기자는 나물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먹은 게 아니다. 이토록 실험적인 남색과 초록색들로 가득한 봄나물 향미를 알아채지 못한 내 '코의 말초신경'을 속으로 나무랐다. 나물은 그저 '거기서 거기'인 맛이라 재단했던 기자의 성급함도 반성했다. 봄나물은 팔색조 그 자체였다.

샘표 우리맛 위크에선 '프라이팬 하나로 나물을 조리하는 법'을 강조했다. 이 방법을 통하면 조리과정의 단순화와 조리시간의 단축화를 꾀할 수 있는 모양이다. 프라이팬 속 물에 소금을 넣고 1분 30초간 나물을 데친 후 물을 버린다. 수분증발을 위해 잠시 볶고 연두 등 양념을 추가한 후 약 1분간 볶으면 된다. 여기엔 나물을 데친 후 '헹구고 물기를 짜내는 과정'이 빠졌는데, 샘표 측은 이로써 향미가 증가하고 조직 손상이 방지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데친 나물과 볶은 나물의 맛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소비자들이 데친 나물과 볶은 나물의 맛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어서 데친 냉이와 볶은 냉이를 비교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나물은 삶고 데쳐서 먹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나물을 볶아서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새로웠다. 시식해보니 양쪽 나물은 같은 나물에 조리법만 달리 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맛이 났다. 데친 냉이는 달고 고소한 맛이 났고 냉이 본연의 쓴맛이 거의 없다. 반면 볶은 냉이는 약간의 쓴맛과 해산물의 감칠맛이 주를 이뤘다. 앞으론 취향에 따라 나물을 찌고 데치거나, 볶아서 조리하면 될 듯하다.

다음으론 '나만의 봄나물 양념장 만들기'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샘표 측은 '우리맛 양념 공식' 2가지를 새로 개발해 선뵀다. 소비자들은 '연두고소양념'와 '연두새콤양념'을 시식하고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기존 간장, 참기름, 참깨, 마늘, 파, 설탕, 후추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하던 일반 요리법과는 달리, 가짓수가 3개로 축약됐다. 샘표가 제시한 연두고소양념의 공식 비율은 '연두 1: 깨 0.5: 참기름 0.25'다. 연두새콤양념은 '연두 1: 설탕 1: 식초 2'의 비율로 섞으면 만들 수 있다. 기자는 춘곤증에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기 위해 '연두새콤양념'을 택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조합이지만 직접 만들어 맛보니 달고 새콤한 게 자꾸만 입에 당겼다. 아마도 이 양념 공식의 핵심은 비율보다도 '연두'에 있는 듯 했다. 지난 2010년 처음 출시된 샘표의 연두는 콩 발효액으로 만든 조미료이자 간장 대체재다. 연두는 자체의 풍미가 강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또 소금 대신 사용함으로써 나트륨 섭취량도 감소시킨다. 기자도 집에서 나물무침이나 각종 국과 탕을 만들 때 뒷맛이 허전하면 연두의 힘을 빌리곤 한다. 푹 곤 듯 깊고 풍부한 맛의 육수를 쉬이 만들 수 있어서다.

뒤이은 시간에선 앞서 배운 '한 팬으로 데치고 볶기'와 '단출한 양념 공식' 등을 활용한 음식들을 체험했다. 생전 안 먹던 나물들을 아침부터 대용량으로 섭취한 탓인지 혀끝엔 쓴 맛만 감돌았다. 은달래 두 줌과 연두순, 된장과 생크림 등을 넣어 만든 '은달래 버터', 참나물과 연두고소양념, 양파, 달걀 등을 섞은 '참나물 달걀 덮밥', 돌나물과 건미역, 연두새코양념 등을 조합한 '돌나물 미역냉국' 등을 먹었다. 궁극의 버터, 궁극의 덮밥, 궁극의 냉국이었다. 봄나물과 집에 있는 간이 재료들을 활용해 이토록 상큼하고 신선한 음식을 내놓을 수 있다니, 뻔하지 않은 조합들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샘표는 앞으로도 우리맛 연구를 지속하고 그 결과물을 소비자들과 공유함으로써 한국 식문화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샘표 관계자는 "봄나물은 한국 식문화의 대표 식재료중 하나이지만 어려운 손질법과 한정적인 요리법으로 인해 점점 소비가 줄고 있다"며 "샘표 우리맛 연구 결과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향과 맛이 다양한 새로쉽고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우리맛 연구원이 '은달래 버터'에 관해 설명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한 우리맛 연구원이 '은달래 버터'에 관해 설명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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