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독립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오너 일가 또는 전·현직 임원이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추위 운영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사추위 의무 설치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147곳 사추위 인원 538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오너일가가 사추위원장이나 위원을 맡고 있는 곳이 24곳이나 됐다. 전·현직 임원, 오너일가, 경영진과 학연 등으로 연결된 위원은 216명으로, 40.1%에 달했다.

이중 농심과 KCC는 사추위에 오너 일가가 2명이나 활동 중이다. 고려아연, 기아차, 넥센타이어, 대신증권, 대한항공, 동국제강, 셀트리온헬스케어, 카카오, 한국금융지주,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일홀딩스, 현대모비스, 현대차, 효성, E1, GS, GS건설, LG화학, LS, LS산전, OCI 등은 1명씩이었다.

특히 E1(구자용 회장)과 KCC(정몽진 회장), LG화학(구본준 부회장), 셀트리온헬스케어(서정진 회장),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조현식 부회장) 등 5곳은 오너일가가 사추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중 구본준 회장과 정몽진 회장, 조현식 부회장은 오는 3월 위원장 임기가 만료된다.

(왼쪽부터)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현황, 오너일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자료=CEO스코어)
(왼쪽부터)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현황, 오너일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자료=CEO스코어)

영풍과 하이트진로, 한화손해보험은 오너일가가 사추위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기업 우호 위원 비중이 100%로 가장 높았고, 현대모비스(80.0%), KCC(77.8%), 두산중공업·세아베스틸(각 75.0%), 삼성SDI(71.4%) 등도 70%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

반대로 기업 우호 위원이 전무한 기업은 총 15곳으로, 전체의 10.2%에 그쳤다. 이중 KB금융과 SK증권, BNK금융지주, 신한지주, 오렌지라이프, 한국항공우주 등 오너가 없는 기업을 제외하면 단 7곳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물산은 사추위에 모두 우호 관계가 없는 사외이사를 앉힘으로써 독립성을 확보했다. 이 외에 금호석유와 넷마블, 엔씨소프트,두산인프라코어, 미래에셋생명, 유진투자증권, 태광산업, 흥국화재 등이 그에 해당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기업은행, 아이에스동서는 사추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됐다.

KCC 정몽진 회장, 현재 사추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사추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KCC 정몽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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