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정부는 오너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주주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연금이 상당수 기업에 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활동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부분 기관투자자(국민연금)들이 국민이 맡긴 돈으로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심정으로 적극적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하라는 의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실행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기금운용 전문가를 공개 모집하는 등 행동도 뒤따랐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지난달 23일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추친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으로는 한진그룹, 효성그룹, 대림그룹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최근까지 횡령과 탈세, 갑질 등으로 물의를 빚은 기업들이다. 

첫 타깃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이다. 한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함께 불법 밀수, 횡령, 배임 등으로 논란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항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진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사회 곳곳에서 한진 일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4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한진그룹 이사 선임과 해임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과 핵심 계열사 한진칼 지분을 각각 11.68%, 7.34% 가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도 힘을 보태고 있다. KCGI는 한진 8.03%, 한진칼 7.34% 지분을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현재 조양호 회장 지분 33%에는 못미치지만, 소액주주 움직임에 따라 경영진 교체라는 전대 미문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관련업계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오는 3월에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구체적인 사항은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체제가 아닌 KT도 적용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최대주주로, 지난해 말 보통주 291만여 주를 추가 매수해 지분율 12.19%를 보유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미 국민연금이 KT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KT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관련, 경영성과 대비 보수한도액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KT 황창규 회장은 정치권 불법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회사 KTCS 등은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횡령 혐의로 오너 일가가 재판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도 유력 후보다. 최근 국민연금은 효성그룹 이사 선임 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반대 이유로는 주주가치 훼손과 사외이사 감독의무 소홀이 꼽힌다. 현재 국민연금은 효성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다.

운전기사에게 '갑질'한 대림산업도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이다. 앞서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은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비상식적인 행동을 강요한 바 있다. 

또한 비상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편법으로 승계작업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대림산업 지분은 13.3%다.

이외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SK하이닉스, 네이버, 넷마블, 카카오, 컴투스 등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모두 81곳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적용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한진그룹 본사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민노총 조합원들이 한진그룹 본사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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