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연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의혹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은 국내 유일 토종 담배회사 KT&G다. 지난 한해 KT&G 사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KT&G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백복인 사장을 차기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여기에 제동을 건 곳은 기업은행이다.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은 백 사장이 스스로 연임하려고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기업은행은 KT&G 2대 주주로, 전체 주식 중 7.8%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은행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로 간접적으로나마 사장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 당시 업계에는 정부가 KT&G 인사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업은행 반대에도 KT&G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백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백 사장의 사장 연임안은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전 기재부 직원 신재민 씨(사진=유튜브)
전 기재부 직원 신재민 씨(사진=유튜브)

그러나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한 언론을 통해 KT&G 관련 동향 보고라는 문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은 기재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사실상 정부가 KT&G 백복인 사장 연임을 막으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정부가 사장 선임 과정에 개입할 수 없지만 기업은행을 통해 투명, 공정한 운영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나마 KT&G 사장 선출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실무자가 동향 파악을 위해 작성했을 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재부 전 사무관인 신재민 씨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해당 내용을 폭로해 다시 새국면을 맞고 있다. 신 씨는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넣었다고주장하고 있다.

또한 신 씨는 KT&G 내부 문건을 언론에 공개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약 7개월만에 다시 의혹에 불을 되살린 셈이다.

그러자 기재부는 다음날 긴급브리핑을 열어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KT&G 관련 동향보고 자료는 기재부 출자관리과에서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이라며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어 "보고서 작성 시점에 이미 백 사장이 셀프 연임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관련 금감원 조사, 전직 KT&G 임직원 백 사장 검찰 고발 등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 주무 기관으로서 충분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그 문서의 기본 취지였다”며 신 전 사무관은 업무 담당과인 출자관리과가 아닌 국고과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KT&G 건에 대해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신 씨의 폭로를 '국정 농단'으로 규정하고, 상임위 소집을 주장한다. 사장 선임 개입 의혹 뿐만 아니라 국채 발행 건도 수사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청와대가 지위를 이용해 인사나 경영 개입은 분명한 위법행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사실만 보면 기재부가 기업은행 보유 지분 이상의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정부의 사장 선임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KT&G 백복인 대표이사(사진=KT&G)
KT&G 백복인 대표이사(사진=KT&G)

 

분명 기업은행은 2월2일 공시에서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연임에 대해 반대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1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 의견이 아닌 중립의견을 냈다. 

결국 백 사장 연임은 다른 주주들에 의해 결정됐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연임 찬성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백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정부와 기업 관계 설정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생긴 논란”이라며 “정부 개입 범위와 한계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 씨는 2일 새벽에 다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를 비판하는 내용 이외에도 예산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하겠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에 기재부는 직무상 취득 비밀 누설 금지에 따라 신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