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사와 대형마트업계 간 갈등이 과열양상을 띠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낮춘 소상공인의 수수료분을 벌충하기 위해선 대형 가맹점의 요율 부담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형마트들은 "수수료 상향조정의 당위성이 없다"며 적극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와 대형마트 간 간극의 차이가 끝내 좁혀지지 못하면 이들 사이에 놓인 소비자의 피해만 가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성 만회에 나선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할인 등 소비자 혜택을 점차 줄이고 부가서비스가 많은 제휴카드 발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카드사는 대형마트로 하여금 종전 1.9~2%인 수수료율에서 평균 0.15%p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1일부터 인상된 가맹점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요율 인하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읽힌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내놓고 카드사에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토록 주문했다. 적격비용(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가맹점이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우대 가맹점 범위를 '영세·중소 포함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장하자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이로써 카드사는 연간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 1.4%, 10억~30억원 가맹점 1.6%로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했다. 30억~100억원 가맹점과 100억~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도 각각 1.90%, 1.95%로 낮췄다. 이에 카드사는 매출 공백 상쇄를 위해선 대형 가맹점 요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수수료 인상을 두고 대형마트업계와 카드사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금천점 계산대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카드수수료 인상을 두고 대형마트업계와 카드사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금천점 계산대의 모습.(사진=신민경 기자)

반면 대형마트업계는 카드사 조치에 대한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회원사로 보유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카드사들은 수수료 산정기준을 비공개로 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일방 통보로 인해 가맹점은 현재 카드수납 관련 비용을 파악할 수 없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에 따른 수익과 이익 증대, 조달금리 감소와 연체채권 비용절감 등 오히려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고도 했다. 또 협회는 "대형마트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무점포소매업과 경쟁함과 동시에 중소유통과의 상생을 위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어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면서 카드사들이 합리적인 근거로써 수수료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협상력 우위에 있는 대형마트업계가 카드사들의 인상 요구안에 쉬이 백기를 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올해 1월부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카드사들이 '가맹점 계약 해지'를 내건 현대·기아자동차에 시행 보름도 안 돼 한발짝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이에 따라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들 승강이의 주요한 피해자로 거론되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은 물품 구매 시 보장 받았던 각종 할인·적립 혜택을 상당 부분 잃게 될 전망이다. 카드사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입은 수수료 수익구조 상 손실을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인트(마일리지) 적립, 할인, 사은품 증정, 무이자 할부, 환급 등 마케팅 비용 등이 선제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누렸던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시불로 결제하게 될 수도 있다. 또 할인과 적립, 사은품 등을 고려해 물품 구매를 결정했던 방식이 무의미해지면서 소비자의 지출 계획에 변동이 생길 공산이 크다.

또 부가서비스 혜택이 많았던 제휴카드 중심으로 발급 중단과 서비스 축소 등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며, 카드사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마케팅비용 과다지출 구조도 새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더 많은 마케팅 혜택을 주는 대형 가맹점이 더 큰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는 방향이다. 카드사의 마케팅 예산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가맹점별 마케팅비 부과비율을 높여 카드사들의 카드수수료 인하 여지를 확보시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적격비용(원가)에서 마케팅 비용의 비중 상한선을 상향 조정했다. 그간 대형마트들은 카드사의 마케팅 혜택 다수를 누리면서도 최소한의 수수료만 내왔다. 때문에 이를 시정해 역진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25일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해 10월 25일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하지만 대형마트업계가 카드사의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궁극엔 카드사가 제휴카드 발급 중단과 단종 등을 고려하게 될 것이란 추측이다. 제휴카드는 제휴 대형가맹점과 카드사이 마케팅 비용을 공동 부담하므로 부가서비스 크기가 보장돼 있는 편이다. 충족 조건도 비교적 단순하고 혜택 범위는 넓다. 때문에 카드사로선 적자 비중이 높은 카드다. 연회비 대비 마케팅비용 지출이 크게 높아서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 기준 전체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인 총 3조2459억원 가운데 부가서비스비용은 75%에 해당하는 2조4185억원에 달했다. 카드사와 대형마트업계 간 협상이 불발될 경우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혜택이 많은 제휴카드부터 단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도 "마트업계와 간극을 못 좁힌다면 카드사는 결국 수수료 상쇄분을 소비자에 전가할 것이다"면서 "갖은 부가서비스들이 소비자에겐 혜택이지만 카드사에겐 적자요인이므로 비용구조 개선을 위해 일차적으로는 부가서비스가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카드사·대형가맹점 갈등의 불똥이 집단 결속력이 약한 소비자에 튀어, 소비자는 전반적으로 가계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편 협상이 '계약 해지'라는 최악의 선택지로 향할 경우, 대형마트에서 결제 시 소비자들이 특정 카드만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마트업계 일각에선 최저 수수료를 제시한 카드사 한 곳과만 독접 결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소비자 구매력이 대부분 마트 내 카드 결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는 극단적인 협상카드로만 제시될 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편리성과 단순성이 대두되는 최근 결제시장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양편 간 '티키타카'는 오히려 소비자의 반감만 부추긴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특정 카드만 활용하거나 일부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소비자는 일반적인 구매습관에서 큰 불편과 혼동을 겪는다"며 "편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선택적 카드 결제 방식에 지쳐 쿠팡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로, 또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결제서비스로 대거 옮겨갈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결국 카드사와 대형마트업계 모두 1인가구·모바일 중심의 현 시장에서 약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들은 결제시스템의 다각화를 수용하고 상생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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