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시멘트 턱을 넘나들었다. 남북 평화기류의 시작이었다. 

이후 남북 정상은 2018년 9월 제3차에 이르는 정상회담을 치르며,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며 급박하게 전개되던 상황은 1년 만에 뒤집어졌다. 

정치가 순조로우면 경제가 풀리기 마련이다. 특히 3차 정상회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거물급 경제인 17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해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턱을 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턱을 넘고 있다. (사진=청와대)

북한과의 평화 기조에 따른 경제 협력 분위기는 무엇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에 기대감을 줬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있어 중요한 분야는 인력 교류이고, 현재 우리 중소기업들의 SW 등 기술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류 협력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렴한 임금으로 고급 북한 기술 인력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북한의 SW 개발자들이 중국 등지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IT 인력, 오기만 한다면야...

우리나라의 SW 관련 직업에 대한 인식은 3D 업종과 다르지 않다. 굴지의 IT기업 건물을 ‘판교의 꺼지지 않는 등대’라고 부르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20대에게 개발자라는 직업은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SW 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우리나라 12대 주력 산업 중 1위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더 심각한 상태다. “임금은 한정됐지만 일은 많다. 더 주고 싶어도 못 준다”며 IT인력 뽑는 게 주요 일과라는 중소 IT기업 인사 담당자는 토로했다. 

그런 만큼 북한의 기술 인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SW인력 부족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 중 1위다. (자료=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SW인력 부족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 중 1위다.
(자료=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북한에는 약 17만 명 정도의 SW인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 내 조선콤퓨터쎈터, 평양정보센터,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과학기술통보사, 김일성종합대학, 평양 과학기술대학, 함흥콤퓨터기술대학 등 여러 대학과 전문기관에서 연간 1만 명씩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또 이미 제조업 분야의 개성공단이 있으니 새롭게 만들어질 경제특구는 ICT 관련 특구가 아니겠냐는 예상 속에서, 판교와 같은 형태로 중소기업이 모인 대규모 IT단지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기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52시간 근무제 이후 인건비 고민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 아닌 설렘인 것이다. 

기대와 다른, 현실

그러나 남북한 인력 교류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북한 인력의 장점이 저렴한 인건비이니, 결국 반복적인 작업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IT 장비 관련 중소기업의 한 임원은 “북한에서 SW 배울 정도면 다 엘리트일 텐데 일하러 왔다가 유지보수만 하고 갈 것”이라며, “SW 업계도 구조적인 변화 없이 싼 값에 사람부리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보안 문제도 제기된다. 

보안 사고의 90% 이상이 내부 직원의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 인력에게 기업의 SW 기술 업무를 맡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IT 담당자는 “솔직히 우리 직원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며, “아쉽지만 빨갱이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체적인 남북한 IT 인력 교류 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며,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남북 ICT 협력 근거를 명시한 정보통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후, 추가적인 남북 ICT 협력 방안은 과기정통부가 연내 발표할 6차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이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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